“두잉대학으로 산지식 체득한 창의적 인재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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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 동명대 총장

동명대 총장실에 들어서면 책상 뒤쪽 벽면에 힘이 느껴지는 붓글씨가 한눈에 들어온다. ‘變則通久(변즉통구)’. 변하면 통하고 오래간다는 의미다. 지난 27일 동명대 제10대 총장으로 공식 취임한 전호환 총장이 직접 쓴 것이다. 지역대학 위기 시대에 교직원과 학생 등 모든 대학구성원이 변화를 추구하는 동명대의 분위기를 전 총장의 붓글씨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우선 궁금했다. 지역거점국립대 총장까지 지냈던 인사가 왜 사립대 총장을 선택한 것일까. 이 부분에 대해 전 총장의 대답은 명쾌했다. 그는 “사람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데, 원래 부산대에 있을 때부터 ‘두잉(Do-ing)대학’ 가치를 실현하고 싶었다”면서 “다른 대학에서 총장 제의도 받았지만, 동명대는 두잉대학을 실현할 적당한 규모인 데다 산학협력도 탄탄한 강소대학이기에 동명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부산대 총장 마치고 사립대 총장 맡아
주식·고전 읽기·승마 등 교과목 선정
학생들 새로운 미래 개척 역량 강화

전 총장은 말이 나온 김에 그의 독보적인 브랜드인 두잉대학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현재 동명대가 전 총장의 두잉대학 가치에 따라 마련한 과목은 100개다. 이 중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것은 20개다. 우선 1학년들은 입학 첫해에 재무제표 보기를 익히고, 주식을 해야만 한다. 물론 주식투자금 30만 원도 지원된다. 재무제표와 주식을 필수 과목에 넣은 것은 경제를 학문으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 경험으로 체득하기 위한 것이다. 나머지 과목은 졸업 전까지 이수하면 되지만, ‘외국어노래 30곡 부르기’ ‘고전 30권 읽기’ ‘승마’ ‘요트’ ‘유튜브’ 등 과목들이 엉뚱하기는 마찬가지.

“고전 30권을 읽으면 3학점을 인정해 주고, 50권을 읽으면 5학점을 인정해 주는 거죠. 등급 없이 패스 또는 페일(Pass·Fail) 형태입니다. 학생이 직접 과목을 만들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전국의 야생화를 찍고 사진첩을 만들면, 지도교수가 평가해 학점을 주는 방식이죠.”

전 총장이 두잉대학을 통해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것은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기본기’이다. 이 기본기란 바로 용기와 열정, 도전, 소통, 배려, 공감 등으로 압축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미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해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 총장은 로봇과 AI가 할 수 없는 것을 익혀야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학문적으로 지식을 익힌 학생보다 경험을 통해 산지식을 체득한 학생의 창의성이 더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에요. 학생들이 실전 경험으로 기본기를 탄탄히 익힌다면, 다양한 것을 응용할 수 있습니다. 로봇에 지배되는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 거죠.”

사실 전 총장 본인이 ‘두잉형 인간’을 먼저 실천했기에 두잉 대학의 효용성을 누구보다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현재 전 총장이 하는 활동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그는 승마, 요트는 물론 한국의 100대 명산 오르기, 패러글라이딩도 즐기고 있다. 심지어 경비행기도 조종한다. 전 총장은 “다음에 저하고 경비행기 한번 타시겠습니까?”라고 익살맞게 제안했다. 물론 기자는 즉답을 회피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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