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거·지황 약침으로 조직 재생 돕고 화병 내리면 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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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한방] 경추성 두통과 두통약

어느날 친한 선배의 장모님이 필자의 한의원에 내원했다. 20년 넘게 고질병이 돼 버린 두통 때문이었다. 이 병의 원인을 찾고자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2000만 원 이상의 검사비를 썼는데, 결론은 신경성이라는 허무한 대답을 들은 터였다.

이렇듯 각종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면, 이 병은 경추성 두통일 확률이 높다. 주 저항 경락은 풍양(풍부혈 양방)이고, 원인은 경추에 있다. 유발 인자는 화병이었으니, 신경성이란 말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겠다.

풍양에 지름 0.5mm의 굵은 침으로 강한 자극을 주고, 경추에 자하거 약침으로 조직 재생을 도우며, 단중·극천·견정에 지황 약침으로 심화(心火)를 내리는 치료를 했다. 결과적으로 큰 호전이 있었다. 이후로도 화를 끓이면 두통이 생기기는 하지만, 이제 치료법을 알게 되니 두려울 정도는 아니다.

지리산 자락 함양에 사는 환자가 부산에 왔다가 한의원에 들렀다. 두통 치료를 받고 갔는데, 다음 주에 또 찾아 왔다. “1주일 사이에 또 부산 오실 일이 있는가요”라고 물었더니, 한의원에 오려고 일부러 왔다고 했다. 함양에 한의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부산까지 먼 길을 왔을까.

그의 말인 즉슨 이랬다. 본인이 두통이 생기면 아픈 지점이 있는데 한방이고 양방이고 어디를 가도 그 자리를 치료해 주는 곳이 없었다. 심지어 그 자리를 가르쳐 줘도 다들 무시하더란다. 하지만 여기서는 정확히 그 자리를 치료해 주기에 속이 시원해서 다시 왔다고 말했다. 그 자리란, 앞에서 말한 풍양이다. 이 환자도 역시 경추성 두통이다. 매주 한 번씩 꾸준히 내원해 치료받으면서 그의 두통은 호전되었다.

경추성 두통만 이야기한 이유는 고질적인 두통 중에 경추성이 많기 때문이다. 두통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소화가 안 돼도 두통이 생기고, 어혈이 있어도 두통이 온다. 축농증도, 화병도 두통의 원인이다. 원인을 없애야지, 결과인 두통을 치료하려고 하면 10년을 치료해도 나을 리 만무하다.

음식을 잘못 먹고 배가 아프다고 진통제를 찾는 사람은 없다. 소화가 잘 되면 복통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연히 소화제를 찾는다. 같은 원리로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때 당연히 그 원인을 치료해야 할 터인데, 엉뚱하게도 진통제를 찾는다. 원인 질병은 치료하지 않고, 진통제 복용량만 늘리고 있다.

이렇게 병도 약도 습관이 되어 간다. 참으로 나쁜 습관이다. 두통약으로 두통을 숨기는 나쁜 습관을 과감히 버리고, 두통의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자. 두통은 낫는 병이다.

김종혁 경락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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