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백 투더 퓨처·피스메이커… 자동차 디자이너가 본 ‘영화 속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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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 때 자동차를 유의 깊게 보면 재밌습니다. 주인공 성격에 맞게 타는 차도 달라집니다.”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 조범수 팀장의 말이다.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F1963 도서관에서 열린 ‘디자이너스 테이블’ 네 번째 행사에서 김태훈 영화평론가와 함께 ‘영화로 보는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디자이너스 테이블'
조범수 현대차 팀장·김태훈 평론가 대담

영화 속 자동차는 주인공의 성격을 대변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화 ‘라라랜드’(2016)의 주인공 ‘세바스찬’과 ‘미아’가 타고 다니는 차도 둘의 성격과 닮았다.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음악가 ‘세바스찬’은 각지고 남성적인 느낌인 뷰익의 1982년식 ‘리비에라’를, 배우 지망생이었던 ‘미아’는 큰 개성은 없지만 경제적인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탄다.

조 팀장은 “‘미아’는 영화 후반부에 볼보의 ‘폴스타’를 타는데, ‘미아’가 비싼 차를 살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성공했고 신분이 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자동차가 중요한 장치로 등장한 영화로는 ‘백 투 더 퓨처’(1985)가 있다. 주인공이 과거, 현재, 미래로 떠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타임머신이 바로 자동차다.

많은 사람들이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에 등장하는 차가 현대차의 한국 첫 고유 모델 ‘포니’로 알고 있는데, 실은 디자이너가 같을 뿐 영화 속 차는 ‘포니’가 아니다. ‘포니’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출신의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미국 DMC로부터 디자인 의뢰를 받으면서 나온 차인 ‘드로리안 DMC-12’다. 하나의 콘셉트를 가지고 양산차(포니)와 스포츠카(드로리안 DMC-12)로 만들면서 생겨난 오해다.

때로는 영화가 마케팅의 장이 되기도 한다. ‘독일차의 양대 산맥’ 벤츠와 BMW는 영화 속에서 마케팅 대결을 펼친다.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제임스 본드’ 였던 1990년대 영화 ‘007 네버 다이’(1997) 속에서 주인공 본드는 BMW 최신형 모델을 타고 악당들은 벤츠 1970년대 모델을 타는 식이다. BMW가 이 영화를 제작 지원했기 때문에 악당은 벤츠를 타고, 악당이 탄 차는 영화 속에서 무참히 부서진다.

김태훈 영화평론가는 “벤츠가 제작 지원한 드림웍스의 ‘피스메이커’(1997)에서는 반대로 악당이 BMW를 타고 주인공은 벤츠를 탄다”고 전했다. 같은 해 제작된 영화를 통해 자동차 회사들의 마케팅 전쟁을 엿볼 수 있는 일면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후발주자인 한국 자동차는 이제 할리우드 영화 제작 지원을 할 정도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2000년대 들어 ‘존 윅’ 시리즈,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2009)에 등장했고, 현재 제작 중인 ‘스파이더맨 3’ 등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한편, ‘디자이너스 테이블’은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 개관 기념 전시 ‘REFLECTIONS IN MOTION’(4월 8일~6월 27일)의 연계 프로그램이다.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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