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었던 귀중한 책들 깨운 ‘동래여고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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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하 부산일보 청소년기자(동래여고 2)

지난달 26일 동래여고 ‘옥샘 도서관’에서는 규모는 작지만 울림이 큰 전시회가 열렸다. 개교 126주년 기념일인 5월 30일을 앞두고 인문사회부 주관으로 열린 전시회의 제목은 ‘시간 속 책의 향기를 따라’이다. 옥샘 도서관의 고문서 서고에는 동래여고의 전신인 일신여학교 시절부터 시작해서 일제 강점기와 1950~60년대에 발간된 오래되고 희귀한 책들이 다수 보관되어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잠들어 있던 이 책들을 깨워 학교 구성원들에게 선보인 것이다.

옥샘 도서관, 개교 126주년 기념 행사
‘조선말큰사전’ 등 사전류·단행본 전시

이 전시회를 기획한 강진숙 교사는 “고문서 서고에서 영화 ‘말모이’의 소재가 된 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학생들과 교사들에게도 이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모두와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병규 교장은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지 못하는 어려운 시기에 책과 더욱 가까워지고 개교 126주년을 맞아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전시되는 책들은 을 비롯해 1940~1950년대 발간된 사전류 10여 권과 를 포함한 1940~1960년대에 발간된 단행본 60여 권, 국내외 교과서 40여 권, 역대 졸업앨범과 교지 등이다. 전시되는 모든 책들이 큰 역사적 가치를 지닌 흥미로운 자료였지만, 학생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건 영화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편찬 과정이 소개되었던 1권(1947년 발간)과 2권(1948년 발간)이었다. 조선어학회가 한글학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1950년에 간행한 3권부터는 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이 도 6권까지 모두 전시돼 있다. 사전에 대한 소식을 듣고 찾아온 학생들은 매우 감동을 받았다며 한 장 한 장 주의 깊게 읽었다.

또 학생들에게는 역대 졸업앨범도 인기를 끌었다. 학생들은 졸업앨범을 살펴보며 과거 흑백사진의 멋스러운 감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학교와 선생님들이 옛날에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과거 사진을 찾아보는 것도 큰 재미를 더했다. 1~2학년들의 경우 격주로 진행되는 비대면 수업 때문에 선생님들과 가까워질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졸업앨범을 통해 심리적으로 선생님들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간 듯한 친근감도 느낄 수 있었다.

2학년의 한 학생은 “이렇게 오래되고 희귀한 자료들이 있는 걸 보니 우리 학교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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