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여건 개선책’ 내놨지만… 현장선 “조삼모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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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보건소 앞에 주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부산일보 DB

부산 동구 보건소에 근무하던 코로나19 방역 담당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부산시가 보건소 근무 여건 개선책을 내놨지만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충원 인력이 업무가 증가한 최근 상황을 반영하지 않아 현장에서 필요한 규모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지난 28일 보건소 근무여건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 발표는 지난 23일 동구 보건소에 근무하던 간호직 공무원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닷새 만이다. A 씨의 유족들은 A 씨가 보건소에서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로 보건소 근무 현장에서는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동구보건소 직원 극단 선택하자
부산시 여건 개선 방안 신속 발표
정규직 채용 앞당기고 임시직 증원
노조 측 “한시 인력, 해결책 못 돼”
간호사 증원·인센티브 도입 주장

부산시의 보건소 근무 여건 개선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10월 말 예정됐던 134명의 정규직 충원을 9월로 앞당기고, 계약직 인력 96명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소 현장 근무 공무원들은 두 대책 모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한다. 9월에 충원하겠다는 134명은 지난해 12월에 조사된 휴직자 등 예상 결원 인원 70명에 64명을 추가 한 수치다.

현장의 보건소 공무원들은 현재 적정인력 규모로 산정된 1000명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최근에는 현장에서 필요한 인원이 크게 늘었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구 보건소의 간호직 공무원 A 씨는 “간호직 공무원은 코호트 격리 병동에 들어가는 등 격무의 최전선에 있는데 정작 이번에 충원한다는 134명 중 간호직 공무원은 73명에 그친다”며 “인력이 부족해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전부 병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현재 남구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간호직 공무원은 12명으로, 4명씩 한 팀으로 근무를 한다. 주말도 없이 3교대로 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A 씨는 “수요조사 시점인 작년 말보다 휴직 신청은 점점 늘고 있는데 실시간 상황을 반영하지도 못한 인력충원 대책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현장에서는 계약직 공무원 등 한시 인력 투입도 실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코호트 기관 관리나 역학조사 등 강도가 높은 업무가 정규직에 쏠려 있다. 동래구 보건소 한 공무원은 “코로나 관련 개인정보 접근은 정규직 직원에만 허용돼 있어 한시 인력들의 업무 분야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계약직 공무원들의 급여·4대 보험 등 행정 업무나 근태 관리도 큰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 추승진 정책부장은 “6월에 치르는 간호직 공무원 시험의 합격자 정원을 늘리거나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에게 가시적인 인센티브를 주는 등 현장의 근무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시 안병선 복지건강국장은 “보건소 인력 중 정규 간호직만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많은 반면 정규 간호직 비중은 50~60%로 적어 어려움이 있다”며 “정규직 숫자를 늘려나가는 동시에 기간제 근로자들과 업무를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개선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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