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대중공연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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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문화부

22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 KBS홀에서 ‘THE GREATEST 전율: 정동하×소향’ 공연이 열렸다. 14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한 칸 띄우기를 한 700석 규모로 무사히 공연이 끝났다. 원래 이 공연은 같은 날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릴 참이었다.

영화의전당과 공연 기획사가 공동 기획을 하고, 함께 홍보를 진행했지만 ‘행사’로 간주되면서 해운대구청으로부터 대규모 공연 불가 통보를 받았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이 공연법상 공연장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똑같은 ‘공연장 외 시설’인 부산 KBS홀에서는 같은 날, 같은 공연이 가능했다. 방역 지침을 보수적으로 해석한 해운대구로부터는 ‘불가’ 판단을 받았고, 수영구로부터는 제지를 받지 않았다. 22일은 부산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상황이었다. 2단계 기준 ‘기타 모임·행사’ 분류에 ‘대규모 콘서트 100명 이상 금지’라는 명시적인 표현이 없으니 수영구는 해당 공연을 지자체 허가 사항이라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거리 두기 단계가 1.5단계로 하향되면서 ‘기타 모임·행사’ 분류에 ‘대규모 콘서트 100명 이상 금지’라는 명시적 표현이 들어갔다. 거리 두기 단계는 하향됐는데 공연계는 방역 지침이 강화됐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같은 대중 콘서트라도 공연법상 공연장에서 개최하면 가능하다. ‘영화관·공연장’에 해당하는 시설은 ‘동반자 외 거리 두기’만 하면 공연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법을 쫓아다니는 것도 아닌데, 똑같은 실내인 부산시민회관·부산문화회관과 부산 KBS홀, 야외인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대규모 대중공연 가능 여부는 다름 아닌 공연법에 따라 갈린다. 야외인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이 실내보다 더 안전할 텐데도 그렇다.

하지만 ‘대규모 콘서트’의 기준이 모호하고, 이미 클래식, 크로스오버, 뮤지컬 모두 거리 두기 아래 1000명 가까운 인원이 모여 문제없이 공연하는 상황에서 주로 대중 콘서트를 뜻하는‘대규모 콘서트’만 막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직 영화관이나 공연장 시설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 공연장에 가보면 마스크 쓰기, 손 소독, 방문 등록하기는 기본이다. ‘구호, 함성, 떼창’ 우려 때문에 대중 콘서트에 더욱 보수적 태도를 취한다고 하는데 ‘내 가수’를 보러 공연장에 가는 관객 중에 ‘내 가수’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관객은 아무도 없다. 성숙한 시민 의식을 믿고, 당국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공연 방역 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대중공연을 허하라.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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