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안전 불감증 재연한 신고리 4호기 화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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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발생한 신고리 원전 4호기 화재 사고의 전후 사정을 들여다보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원전 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원전 4호기에서 불이 나 터빈 가동이 정지됐고, 폭발음이 4차례나 울렸으며, 다량의 연기(실제로는 수증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결코 가벼운 사고로 치부할 수 없는 모습들로, 대처에 분초를 다퉜어야 옳았다. 하지만 새울원전 측은 20여 분간 자체 진화를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비로소 소방당국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화재가 진압까지 무려 1시간이나 걸렸다. 자칫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졌으면 어쩔 뻔했나.

화재 늑장 대응에 주민 통지도 않아
불의의 사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

더 놀라운 점은 원전에서 불이 났는데도 인근 주민들은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새울원전 측도 그렇고 울주군 등 지자체도 그렇고 어느 한 곳도 주민들에게 원전 화재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이다. 새울원전 측은 원전 당국에 문자메시지 발송 서비스를 등록한 주민의 경우 화재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주민은 그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하니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방사선 누출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면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대로 앉아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 아닌가. 그리 생각하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원전 당국의 관행화된 안전 불감증과 부실한 관리 탓에 국내 원전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의 것으로 2019년 5월 발생한 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1호기 사고가 있다. 당시 한빛 1호기 제어능력 시험 도중 열출력에 이상이 발생했으나 12시간 가까이 방치했던 사고다. 열출력이 높아지면 원자로 폭주로 이어져 원자로가 폭발하는 대형 사고로 확대될 수 있다.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유형의 사고였다. 이번 신고리 4호기 사고를 보면 원전 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매번 철저한 조사와 근본 대책을 강조했지만 모두 말뿐이었던 것이다.

원전 당국은 원자력은 안전한 에너지원이며 원전 공포는 근거 없다고 주장하지만 불의의 사고는 그 누구도 장담해선 안 된다. 신고리 4호기에서와 같은 사고가 자꾸 일어나면 주민들의 공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 원전 시설은 노후화로 인해 위험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원인을 상세히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철저히 세워 불안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매뉴얼대로 했다”거나 “방사선 누출은 없었다”는 식의 설명으로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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