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가상자산에 열광하는 젊은이와 꼰대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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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편집부국장

‘비트코인은 납치범에게나 어울리는 화폐’라는 워런 버핏의 경고에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상자산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

대학생 1750명 중 23.6%가 실제로 가상화폐로 투자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의 최근 조사 결과다.

남학생 34.4%가 투자하고 있고, 여학생은 14.4% 정도다. 취업을 앞둔 고학년일수록 투자 비율이 높았다. 1학년이 19.2%, 2학년이 24.2%, 3학년이 26%, 4학년이 31% 투자 중이라고 답했다.

대학생 4명 중 1명 가상자산 투자
수백 년 저축해도 집 못 사는 현실
목돈 마련 ·계층 상승 사다리 구실

꼰대 ‘위험한 투기’ 비난 그만 두고
집 쉽게 살 수 있는 정책 만들어야
‘95% 대출’ 송영길에 마지막 주목


이런 현상을 두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4월 국회 정무위에서 “(청년들이) 잘 모르면 어른들이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가, 젊은이들로부터 바로 사퇴 압력을 받았다.

주변에 나서기 좋아하는 어른 또는 꼰대들(?)의 우려처럼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잘 몰라서’ 또는 ‘한방만을 노려서’ 가상자산 투자에 나선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교적 소액 투자가 가능해서(25.2%, 이하 복수 응답)라고 답했다. 다양한 투자 경험을 위해(16.3%)라는 답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긍정 평가 이유로 높은 수익률(33.0%), 투자·금액·방법 등 진입장벽이 낮아서(31.0%)라고 답했다.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서(15.1%)라는 답도 있었다.

젊은이들이 적은 돈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진입장벽이 낮은 가상자산 투자에 나섰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일부 젊은이는 가상자산 투자를 통해 계층 상승의 뜻을 나타냈다. 표면적으로는 꼰대들의 우려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예단하기 전에 조금만 더 짚어보자.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20년)동안 임금은 연평균 3.4%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매년 12.9% 올랐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4월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11억 1123만 원으로, 11억 원을 사상 처음으로 돌파했다. 부산에서도 입지가 좋은 아파트 35평형이 10억 원을 넘는다.

단순 계산하면, 초봉 200만 원을 받는 젊은이가 모두 저금하면 50년쯤 뒤 아파트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임금·집값 상승률과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정책이라는 변수를 넣으면, 느린 거북이가 빠른 토끼를 따라잡지 못하듯 수백 년이 흘러도 월급쟁이는 아파트를 살 수 없다.

젊은이들에게 가상자산은 되레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목돈을 쥘 수 있는 ‘현실적인 사다리’로 보인다. 특히 운(?)으로 승패가 결정 나는 가상자산 투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치는 금수저와의 경쟁보다 ‘공정하다’고 믿는다. 이런 사다리를 부러뜨리려는 꼰대들의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맞서 싸울 것이다.

특히 ‘저축이 최고다’ ‘근면 성실이 성공을 보장한다’는 농경 자본주의자의 충고는 의미도 없고, 반발만 산다. 이들에게 직장과 월급은 생계 수단이지 결코 자아실현과 계층 상승을 위한 사다리가 될 수 없다. 최근 ‘가족 같지 않은 회사 분위기, 회식 절대 없음’이라고 광고한 회사에 입사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젊은이에게 회사는 회사일 뿐이다.

꼰대들의 우려처럼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잘 모르지’ 않는다. 예전 꼰대들이 밟아보지 못한 세계 정상을 차례로 오르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은 이달 미국 권위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듀오/그룹’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톱 소셜 아티스트’, ‘톱 셀링 송’ 등 총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손흥민은 올 시즌 17골로 축구 전설 차범근이 15년간 갖고 있던 유럽 시즌 최다 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의 왼손 3인방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은 맹활약을 펴고 있다.

‘잘 모르지’도 않고 ‘한방만을 노리지’도 않는 젊은이들에게 쓸데없는 비난이나 충고를 일삼지 말자. 특히 가상자산 투자를 막는다는 식의 극단적 ‘사다리 철거 작전’은 절대 하지 말자.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길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음성적인 투자에 빠져들 위험성을 높인다.

‘아버지보다 가난한 아들 세대’를 위해 꼰대들이 특히, 권력을 쥐고 법과 행정을 움직이는 농경 자본주의자들이 정책으로 도움을 줘보자. 쉽게 집을 살 수 없어서 집값이 오르고 다른 위험한 투자가 횡행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혼부부와 젊은이가 집값 5%만으로 집을 살 수 있게 대출을 95%까지 늘리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부동산 정책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본다. 그동안 하지 말라고만 해서 부동산도 가상자산 정책도 실패했다. 이번엔 꼰대 짓 그만하고 집을 살 기회와 실질적인 방법을 젊은이들에게 줘보자. 한 번만이라도 제발.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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