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이주 없다” 지심도 주민-거제시 갈등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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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지심도 갈등 중재를 위해 거제도를 방문한 국민권익위 권태성 부위원장 일행이 지심도를 둘러보고 있다. 지심도는 자연 상태가 잘 유지된 동백숲을 품고 있다. 부산일보DB

속보=관광섬 개발에 따른 토착민 이주를 놓고 불거진 경남 거제 지심도 주민과 행정 간 갈등(부산일보 2020년 9월 21일 자 10면 등 보도)이 일단 봉합될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중재로 양측이 수용할 만한 상생안이 나왔다. 갈등이 표면화한 지 꼬박 1년여 만이다. 이로써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란 점에서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권익위 중재로 내달 1일 상생협약
관광섬 개발 논란 불거진 뒤 1년 만에
주민 거주 허용할 구체적 방안 조율 중
급한 불 껐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직

권익위는 내달 1일 거제시, 지심도 주민과 3자 간 ‘상생 협약식’을 진행한다. 협약서에는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지 않는다’는 약속과 함께 ‘사용수익 허가를 통해 계속 섬에서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이행 방안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지심도는 거제도 동쪽 해상에 자리 잡은 작은 섬이다. 국내에서 자연 상태가 가장 잘 유지된 동백숲을 품어 ‘동백섬’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1936년 일본군이 섬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뒤 병참기지로 사용하다 해방 후 주민들이 돌아와 정착했다. 그런데 정작 소유권은 국방부로 넘어갔고 이후 국회 청원 등 끈질긴 반환 노력 끝에 2017년 3월 소유권을 돌려받았다. 거제시는 지심도의 원시림을 그대로 보존·관리해 자연과 생태, 역사와 스토리가 어우러진 명품 테마 관광지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주민 이주 갈등으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현재 지심도에는 15가구가 터전을 일구고 있다. 이들은 1968년 국방부가 섬 전체를 강제 수용하면서 토지 사용료를 지불해 왔다. 때문에 집단 이주를 시킨다면 거제시가 할 수 있는 보상은 건물 감정가뿐이다. 주민이 거부하자 거제시는 강경 대응 카드를 꺼냈고 갈등 골이 깊어졌다. 이후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개선’을 공언하며 압박 수위를 놓였다.

주민들은 일부 실정법을 어긴 것은 인정하지만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다. 특히 이를 뻔히 알고 묵인해 온 거제시가 이제 와 문제 삼는 것은 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맞섰다.

중재에 나선 권익위는 주민 거주를 전제로 3가지 중재안을 내놨다. 하지만 거제시는 ‘현행법상 지심도에 주민이 거주하는 것 자체가 안 된다. 개발 사업과 관계없이 주민 이주는 불가피하다’고 선을 그었다. 거주를 위해선 불법 건물을 양성화해야 하는데, 환경부 승인과 시의회 의결을 거쳐 공유지를 매각해야 한다. 그런데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은 불법 양성화를 위한 행정재산 처분을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논쟁이 가열되자 변광용 시장이 한발 물러섰다. 시민 공청회를 자청한 변 시장은 “주민 강제 이주는 없다”고 못 박고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상생 모델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권익위 주관으로 민·관 협의체를 구성한 끝에 겨우 접점을 찾았다.

반면, 이번 상생 협약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심도 사태 해결에 앞장서 온 (사)섬연구소 강제윤 소장은 “그저 원상태 회귀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이 변하면 주민은 언제든 다시 쫓겨날 처지라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민이 안정적인 삶을 지속하려면 토지에 대한 빼앗긴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지심도가 진정 살고 싶은 섬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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