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자도로, 시민은 통행료 봉이고 부산시는 호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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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7개 민자도로 운영사의 폭리에 이어 2024년 개통될 부산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마저 또 시민이 통행료 봉 노릇을 할 모양이다. 부산시가 민간 운영사에 어디서도 전례가 없는 대심도 접속도로 개설을 확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대심도 실시 협약을 분석한 결과, 부산시는 민간 운영사 수익 보장을 위해 광안대교 접속도로를 약속하고, 미개통 시 통행료 인상 등 손실 보상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부산시민은 대심도에서도 이미 통행료 인질이 돼 있는 셈이다. 시가 또 민간 운영사에 끌려다닌 결과라고 하니 허탈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도대체 시가 누구 편인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2024년 개통 예정 대심도도 불평등 협약
접속도로 건설·손실 보상 등 또 시민 볼모

부산 만덕동에서 중앙로를 거쳐 센텀시티까지 연결되는 대심도는 왕복 4차로, 길이 9.62km 도로로, ‘GS컨소시엄’이 2019년 공사를 시작했다. 이 구간 지상의 만성 정체 도로인 만덕대로, 충렬대로, 중앙대로의 교통 속도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산의 회심작이다. 그런데 실시 협약 내용을 보면 부산시의 허술함에 기가 막힌다. 협약서 제54조에는 ‘시는 광안대교 접속도로를 대심도 준공일로부터 3년 이내에 완료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준공이 지연될 경우 손실액을 지급하거나 통행료와 관리·운영권 설정 기간도 조정하게 돼 있다. 협약 내용부터 벌써 시가 불평등 조건을 모두 떠안는 구조다.

협약서만 보면 ‘부산시의 굴욕’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민자도로와 연결되는 접속도로 조항은 부산의 7개 유료도로는 물론 다른 곳에서도 명시된 적이 없다고 한다. 민간 운영사 입장에서는 광안대교 접속도로가 수익 극대화를 위한 황금 루트가 되겠지만, 약 3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은 국비를 끌어오든, 자체 조달하든 고스란히 부산시 책임이다. 더군다나 접속도로 불발로 인한 손실은 또 통행료에 전가돼 시민이 떠안아야 한다니, 도대체 시가 어떤 기준과 태도로 협상에 임했는지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다. 시의 협상 능력과 자세가 이러니 민자도로 운영사로부터 ‘호구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부산시민은 지금도 7개 민자도로 통행료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런데 3년 뒤엔 또 최소 2100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심도 통행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아무리 열악한 도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시가 시민의 통행료 고통을 뼈아프게 여겨 한 푼이라도 낮추겠다는 자세로 임했다면 과연 이 같은 불평등 협약이 나왔을까 싶다. 게다가 대심도는 운영 기간도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돼 이미 시의회에서 특혜 논란까지 제기됐던 터다. 시는 지금이라도 민자도로의 불평등 구조 개선에 절치부심해야 한다. 그게 시민 고통에 조금이라도 다가서려는 시의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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