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블루, 블랙,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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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시리즈 영화 ‘세 가지 색-블루’ ‘세 가지 색-화이트’ ‘세 가지 색-레드’는 오래전에 본 영화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명작이다. 프랑스 국기의 세 가지 색깔을 가져온 영화는 프랑스 건국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색은 영화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작은 소품으로 나오기도 하고, 전체적인 배경을 형성하며, 화면 가득 그 색으로 채워진다.

사실 영화를 봤던 1990년대 초중반에는 그 영화가 말하는 주제 의식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강렬한 영상미학과 주연 배우의 인상적인 연기 덕분에 살아가며 문득문득 그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이 영화가 꽤 인기를 끌며 많은 영화팬들에게 ‘세 가지 색’이라는 단어는 동시에 블루 화이트 레드를 떠올리게 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이제 세 가지 색은 블루 블랙 레드가 더 강하게 다가올 것 같다.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들이 일명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랙’ ‘코로나 레드’라고 불리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정신건강 지표가 코로나 전과 비교해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우울’ 평균 점수는 5.7점(총점 27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조사 결과였던 2.3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총점 27점 중 10점 이상을 받아 ‘우울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비율은 코로나 이전보다 6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우울감을 뜻하는 블루라는 말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우울감을 넘어 좌절감과 암담한 상태를 말하는 ‘코로나 블랙’, 짜증과 분노가 쌓여 화난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는 ‘코로나 레드’까지 등장하며 이제 국민들의 정신건강은 심각하게 걱정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는 택시 기사나 식당 종업원을 폭행하는 사건들의 바탕에는 ‘코로나 레드’로 인한 분노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확진자 동선 추적, 의심자 검사, 방문지 소독, 거리 두기 등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 활동은 계속 이어져야 하지만, 더불어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랙’ ‘코로나 레드’로 힘든 국민을 위한 심리적인 방역과 치료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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