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단지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스라엘 대규모 공습으로 무너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주거지 잔해에서 26일(현지시간) 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장난감을 줍고 있다. 국제사회는 11일간에 걸친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원조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과학을 좋아하던 팔레스타인 소년 마무드 톨베(12)는 엔지니어가 꿈이었다. 가족을 위해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착한 소년 톨베는 이발소에서 일하는 사촌을 도우러 갔다가 이스라엘군이 투하한 폭탄 파편이 목과 머리 부분을 치면서 이틀 뒤 숨졌다.

미국 ‘뉴욕타임스’ 온라인판
이-하마스 무력 충돌로 희생
66명의 어린이 조명 ‘눈길’

하메다 알-에무르(13)와 사촌 아마르(10)는 지난 12일 머리를 깎으러 갔다 오던 길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라마단이 끝날 때 머리를 깎으며 축제를 기다리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온라인판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1일에 걸쳐 벌인 대규모 무력 충돌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 66명의 생전 사진과 나이, 사연들을 게재해 어린이들이 겪은 전쟁의 비극을 상세히 다뤘다.

NYT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장 충돌로 숨진 어린이 66명 중에는 형제나 사촌이 한꺼번에 숨진 경우도 적지 않다. 2~7세의 타나니 4형제, 2~11세의 알-마스리 사촌 4형제는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모두 목숨을 잃었다.

NYT는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이 18세 미만일 정도로 이 지역 평균연령이 낮은 데 주목했다.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은 높은 실업률 속에 가난과 열악한 환경에서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통제를 받으며 좁은 지역에 갇혀 살고 있다. 이 지역의 15세 생존 청소년이라면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을 평균 네 차례 겪었을 만큼 전쟁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무력 충돌이 한창이던 최근 SNS에는 로켓포가 바로 옆에서 떨어지는데도 마치 일상이라는 듯 아랑곳 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숨진 청소년 중 한 명은 팔레스타인인이다. 이스라엘 중부 다마시의 아랍인 마을에 사이렌이 울렸을 때 나딘 아와드(16)는 집 밖으로 뛰어 나갔다가 로켓이 터지면서 아빠와 함께 숨졌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했던 나딘은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존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평화를 꿈꿨지만 결국 전쟁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딘의 삼촌 이스마일 아라파는 “로켓은 아랍인과 유대인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윤여진 기자·일부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