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바닷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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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심연의 세계가 구현된 체험 공간,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를 영상 기술로 보여주는 모습, ‘심연의 상상’ 전 모습.

바다가 블루(Blue)라면…. 하지만 그곳의 바다는 블루라는 색으로 다 담기엔 왠지 부족하다. 더 깊어 보랏빛이고, 더 아득해 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심연(Abyss)이라 부른다. 심연은 미지의 세계였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해저 세계를 동경해 왔고, 상상했고, 꿈꿔 왔다. 심연의 깊이만큼, 그 상상력도 깊었다. 꿈과 상상은 때론 현실이 되었다. 그래도 우린 여전히 상상한다. 심연을 향한 상상, 심연처럼 깊은 상상을….

국립해양박물관 ‘심연의 상상’전
영상 속 물고기들 관람객에 반응
실감형 미디어 체험 공간 ‘눈길’
100여 점 자료·영상, 4부로 구성

그리고, 또 한 번의 깊은 상상의 바다가 펼쳐진다. 국립해양박물관 전시장엔 심연의 세계가 구현된 가로 27m, 세로 4m의 초대형 영상물이 전시 벽면에 투영돼 살아 움직인다. 굳이 색으로 표현하자면, 그곳엔 푸름과 보라, 어둠이 공존한다. 텅 빈 공간 속에서 영상 속 고래와 해파리, 문어는 친구가 된다. 손으로 만지거나(터치하고), 가까이 몸이 다가가면 곧바로 반응한다. 때론 환하게 빛을 품고 몸 주위로 다가와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인터랙티브 센서에 의해 영상 속 물고기들이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도록 해 놨기 때문이다. 관람객에게는 신선한 경험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런 경험을 하고 싶다면, 국립해양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라. 18일 개막해 10월 10일까지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실감형 미디어아트 기획전 ‘심연의 상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해저 세계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욕망으로부터 발전된 잠수기구들을 살펴보고 인류와 심해 사이 인문학적 가치를 되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백승욱 학예실장은 “무엇보다 이번 전시가 바다, 특히 해저 세계에 대해 이해하고, 또 바다와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인터랙티브 센서에 의해 영상 속 물고기들이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실감형 미디어 체험 공간(‘이머시브 룸’)이다. 김경민 학예사는 “여기에 사용된 기술은 국내에서는 전시에 처음으로 접목해 선보인다”고 말했다.

이것만이 볼거리의 전부가 아니다. 전시는 30여 점의 유물을 비롯해 총 100여 점의 자료와 영상을 통해 인류 잠수의 기원부터, 해저 탐험의 역사와 현재의 주소, 미래의 발전상까지 모두 4부로 구성, 관객들을 바다 밑 깊숙한 심연의 세계로 안내한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빛을 머금은 푸른 바다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제부터 바닷속으로 들어간다는 암시다. 1부 ‘인류 잠수를 시작하다’에서는 물속에서 호흡하지 못하는 인류가 생계를 위해 잠수를 해왔던 기록들을 살펴본다. 외이도 골종 흔적이 남아 있는 신석기시대 두개골을 통해 잠수병의 흔적도 알 수 있다. 알렉산더대왕의 잠수통, 삼지창을 든 바다의 신 포세이돈, 잠수의 신 글라우코스를 그린 그림도 만나볼 수 있다. 2부 ‘깊은 바다 속 한계를 뛰어넘다’에서는 근대과학의 발전 이후, 1분이라도 더 오래 물속에 머물기 위해 개발된 잠수 헬멧, 잠수정 등 다양한 잠수 장비를 소개한다. 또 지구 상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까지 도달한 인류의 모험과 탐험의 역사를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해 알기 쉽게 보여준다. 다양한 잠수정이나 잠수함 이름에 ‘노틸러스’라는 이름이 자주 붙는 이유가 앵무조개의 영어명 ‘노틸러스’에서 따왔다는 정보도 제공한다. 3부 ‘노틸러스21,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다’에서는 심연의 세계가 구현된 체험 공간에서 관객들이 3개 심연 영상을 보며 고래, 문어, 해파리, 플랑크톤 등을 만지며 맘껏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체험 공간 앞에는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를 색다른 영상 기술로 보여준다. 4부 ‘깊고 어두운 심연을 향하다’에서는 인간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해저 세계가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점을 강조한다.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 개발해 왔던 수중 로봇과 함께 오랜 시간 연구가 이어져 온 해저 기지, 해저 주택에 대한 연구 성과와 현재 개발 중인 해저 기지 청사진도 소개한다.

마지막 바다에서 빠져나오는 영상 바로 옆 벽면. <해저 2만리>의 저자 쥘 베른의 말이 이렇게 새겨져 있다. “바다는 살아 있는 무한(無限)입니다.” 바다가 내게로 성큼 다가온다.

국립해양박물관 김태만 관장은 “이번 전시가 인간의 상상력이 가진 위대함과 도전 정신을 되새길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립해양박물관 ‘심연의 상상’ 전=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10월 10일까지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온라인 예약). 무료. 051-309-1900.

글·사진=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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