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상태만이 질서를 창조한다”… ‘유령의 죽음’에서 보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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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상태만이 질서를 창조해 낼 수 있다.’ 벨기에 화학자 일리야 프리고진의 사상이 미술 작품으로 관람객을 찾아온다.

김덕희 작가의 전시 ‘유령의 죽음’이 사하구 다대동 홍티아트센터에서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홍티아트센터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 ‘사라지다, 살아지다’의 두 번째 전시이다.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은 올 4월 김리아 작가의 ‘그녀와 나의 SIDAE 1929. 1986.’을 시작으로 총 8명의 작가 전시가 11월까지 이어진다.

홍티아트센터 입주 작가 릴레이 개인전
김덕희 작가 작품 28일까지 전시
화학자 ‘일리야 프리고진’ 사상 담아내

김덕희 작가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를 인간 감각의 차원으로 변환시킨 작품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그동안 열과 빛을 이용한 설치 작업을 해 왔다. 그는 “팬데믹이라는 특수성이 인간의 마음을 좀 더 날 것으로 만드는 것 같다”며 “이 상황 속에서 이전에 열을 사용해서 작업했을 때와 조금 다른 느낌의 작품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나는 누구이지?’가 아닌 ‘나는 무엇이지? 살아있다는 것은 어떤 것이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는 데서 작업이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인전에서 김 작가는 신작 3점을 포함해 총 4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제1 전시장의 ‘낮의 기둥’은 파라핀 왁스를 사용해 만든 작품이다. 파라핀 기둥은 열과 기둥 자체의 무게에 의해 조금씩 녹아 내려앉는다. 김 작가는 “선형적이고 질서 정연하며 예측 가능한 세계가 열이 가진 에너지의 방향성, 즉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밤 속에 녹아 있는 태양’은 녹인 파라핀 왁스를 바닥에 뿌리고, 거기에 촛불을 켠 작품이다. 밤의 이미지가 죽음을 연상시키는 것과 물리학 속 ‘열적 죽음’을 연결시켰다. “열적 죽음은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가 최대가 된 상태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밤은 모든 것이 혼재된 혼돈의 세계를 나타냅니다. 죽음에서 다시 탄생이 일어나는 것처럼 가능성을 품은 세계를 의미합니다.” 김 작가는 “초신성 폭발로 최후를 맞은 별의 잔해들이 새로운 별의 원천이 되는 것과 같은 이미지”라고 덧붙였다.

‘뜨거운 새벽의 유령’은 뜨거운 열판에 물이 떨어지고 순간적으로 물이 증발하면서 수증기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작품이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새벽은 물질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가 만나는 곳을 의미한다. 김 작가는 “인간의 강렬한 마음이 어떤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전시는 ‘혼돈의 상태만이 질서를 창조할 수 있다’는 프리고진의 사상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이 말이 이번 전시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서 희망을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지 않을까요?” ▶김덕희 ‘유령의 죽음’=28일까지 홍티아트센터 1층 전시실·공동작업장. 평일 오전 11시~오후 6시 관람. 051-263-8661~3.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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