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위원장 문제, 야당도 관심 가져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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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국민의힘 시당, 첫 예산협의회

부산시가 내년도 예산 확보전에 시동을 걸었다. 시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국민의힘 부산시당과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졌다. 박형준 시정 체제로 바뀐 이후 첫 예산 협의다. 야당 소속이지만 박형준 시장은 일단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 확보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원팀’으로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협의에선 주요 현안 사업의 국비 확보 전략과 함께 2030 부산월드엑스포 문제가 핵심 의제로 부각됐다.

엑스포 유치위원장 구체적 논의는 없어
시, 대기업 총수 아닌 ‘플랜B’도 검토
박 시장 “이건희 컬렉션 미술관 관련
중앙정부 문화 균형 발전 시각 결핍”
산단 개조 1945억 등 국비 확보 제시
“박형준표 사업 눈에 안 띈다” 지적도

■대기업 총수 어려우면 ‘플랜B’로?

박 시장은 이날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전과 관련해 “아직 민간 유치위원장이 확정 되지 않아서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 데 약간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시가 여러 채널을 통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있는데, 의원들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시는 다음 달로 예정한 엑스포 유치신청서 접수 전에 대기업 총수급 민간 유치위원장 선임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부산 여권에서도 관련 의견을 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윤일 경제부시장과 박성훈 경제특보는 이날 청와대를 찾아 안일환 경제수석에게 청와대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거듭 주문했다. 그러나 민간 유치위원장으로 언급된 SK, 현대자동차, 롯데 등 대기업 총수들은 고사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는 일단 대기업 총수 카드를 ‘1순위’로 밀면서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B’도 검토 중이다. 시 고위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러시아를 필두로 유치전이 본격화되는데, 5대 기업 총수들의 결단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 유치위원장을 맡을 기업의 범위를 확대하거나 경제가 아닌 다른 분야의 인물도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부 미술품을 보관·전시하는 미술관에 대해 중앙 정부가 수도권 건립을 염두에 두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는 데 대해 “지금 중앙정부는 문화 균형 발전이라는 시각이 좀 결핍된 것 같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건희 미술관 입지에 대해 “많은 국민의 접근성을 고려하겠다”며 사실상 수도권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공정한 절차와 경쟁을 통해서 부산이 (이건희)미술관을 유치하는 데 적임자라는 것을 보여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산 의원들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시는 이날 △부산 산업단지 대개조 추진(1945억 원) △가덕신공항 조속 건설(70억 원) △신공항 접근성 강화를 위한 신교통수단 발굴 연구용역(10억 원) △부산 디지털 혁신 아카데미 운영(150억 원) △도시철도 법정무임승차 손실 국비 지원(1335억 원)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300억 원) △수산식품산업 클러스터 조성(41억 원) 등 25건의 주요 사업의 국비 확보를 위한 지원을 요구했다.



■구체 전략 대신 당위론만…야당의 한계

이날 협의회는 시장과 의원들이 덕담을 주고받으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오거돈 시정’에서 여당 지자체장과 야당 의원들이 미묘한 기싸움을 벌이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이날 협의회가 표면적으로는 순항하는 모습이었지만, ‘열심히 하자’는 당위론 외에는 알맹이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30 부산엑스포 문제만 해도 다음 달 유치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유치위원장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로드맵과 전략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게 단적인 예다. 부산 야권 관계자는 “사실상 비상 상황인데, 야당이라고 청와대와 여당에 ‘촉구’만 해서 문제가 풀리겠느냐”며 “시장이 청와대 핵심이든, 총수든 직접 만나 설득하고, 현실가능한 대안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유치전 초반 기세부터 꺾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박형준표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이전 시정 사업들의 연속성도 중요하지만 국민의힘과 박형준만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부산시가 제시한 신규사업 19개 중 박 시장의 공약 사업은 △신공항 접근성 강화를 위한 신교통수단 발굴 연구용역(어반루프) △지자체 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 등에 그쳤다.

한편 국민의힘 부산의원들은 이날 협의회 이후 따로 모여 차기 부산시당위원장 선출 문제를 논의했다. 3선의 김도읍·장제원 의원 두 사람이 후보군으로 거론된 가운데 선수와 관계없이 초선부터 5선까지 모두 열린 가능성으로 검토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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