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당권경쟁이 내년 부산·울산·경남(PK) 지방선거 ‘공천 전쟁’의 전초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부울경 정치인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내년 공천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PK 인사가 유력 당대표 후보의 캠프에 직접 참여하거나, 다양한 라인을 가동해 특정 당권 주자를 돕고 있다.

차기 PK 총선 출마자들은 자신과 가까운 인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으로 선출돼야 2024년 총선 당내 공천에서 유리한 환경을 선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먼저 자신이 지지하는 인사가 당권을 잡아야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장담할 수 있는 것이다. 새 당대표의 임기는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지속된다.


이주환·김희정·장제원·손수조…
차기 총선·지방선거 출마자들
공천 유리한 고지 선점 염두
캠프 참여·SNS 등 지지 경쟁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공천 경쟁을 벌였던 이주환(부산 연제) 의원과 김희정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의원은 자신을 원내부대표로 발탁해 준 주호영 의원을 돕고 있는 반면 김 전 의원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나경원 전 의원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다.

손수조 전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은 갖가지 현안을 놓고 이 전 최고위원과 대립해 왔다. 장 의원과 손 전 위원장은 20대 총선에서 맞붙어 장 의원이 승리했다.

지난 총선 때 서병수(부산진갑) 의원과 공천경쟁을 벌였던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주호영 의원을 돕고 있다. 하지만 서 의원은 ‘계파정치 종식’을 외친다. 부산 해운대을 공천권을 놓고 다퉜던 김미애 의원과 김대식 동서대 교수도 지지하는 후보가 극명하게 갈린다.

황보승희(영도) 의원은 이준석·김웅 등 ‘신진 인사’를 선호하지만 안성민 전 시의원은 중진 후보들과 가깝다. 백종헌(금정)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도움을 줬던 조경태 의원을 지지하는 반면 김세연 전 의원은 ‘신예 주자들’과 친하다.

사하에선 현역 의원(조경태)과 당협위원장(김척수), 전직 구청장(조정화)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울산의 경우 광역단체장 출마자들끼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서범수(울주) 의원은 25일 SNS를 통해 “당대표 선거, 이미 정치개혁 태풍의 눈이 됐다”고 ‘젊은 대표론’을 적극 지지했다. 반면 울산시장 경쟁자인 이채익(남갑) 박성민(중) 의원은 ‘중진 대표론’에 힘을 싣는다.

경남에서도 광역·기초단체장 출마자들이 당권경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차기 경남도지사 출마자인 윤영석(당대표) 조해진(최고위원) 의원은 직접 당권경쟁에 가세한 상태다. 이번 경쟁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 사람이 경남지사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창원시장 출마설이 나도는 강기윤·윤한홍·이달곤 의원도 지지하는 당대표 후보가 서로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경선을 통해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를 뽑도록 당헌·당규에 명시하고 있다. 당대표가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PK 정치인들이 유달리 이번 당대표 경선에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이른바 ‘전략공천’ 때문이다. 광역·기초단체장 후보가 경쟁력이 없거나 심각한 결격사유가 발생할 경우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해 전략공천할 수 있다. 우선추천지역은 당대표의 영향력 안에 있는 중앙당 공천관리위가 선정한다. 당대표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부울경 보수 정치권이 국민의힘 당권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