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지능형 홈네트워크는 선택 사항” 부산시 주장은 잘못된 법령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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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의 ‘지능형 홈네트워크’(이하 홈네트워크)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졌지만 부산시는 건설사에 면죄부(부산일보 4월 15일 자 1면 등 보도)만 주고 있다. 관련 법령에 대한 엉터리 해석에 바탕한 것이다. 부산시가 내놓은 전수조사 역시 여전히 미봉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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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시는 지역 내 아파트 2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를 밝히면서 “현행 주택법 등에 따르면 홈네트워크 설치 자체는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관계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홈네트워크 설치 여부는 자율적이지만 일단 설치하면 반드시 법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홈네트워크는 주택의 ‘부대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택건설기준등에관한규정을 따라야 한다. 2009년 정부 3개 부처가 공동고시한 기술기준에 의해 홈네트워크가 시공되는 아파트는 예비전원장치·홈게이트웨이·월패드 등 20가지 의무설비를 갖춰야 한다.

부산시는 설비 설치에 대한 기준이 다양해 사업자와 입주자 사이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홈네트워크 설치 관련 기준 또한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3개 중앙부처 기술기준 외에도 여럿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 중 초고속정보통신건물인증(이하 정보통신인증)을 근거로 든다. 정보통신인증은 건축주가 희망할 때 세대 내 연동되는 홈네트워크 설비 숫자에 따라 ‘A’에서 ‘AAA’ 등급 인증을 주는 제도다. 국가 기관이 아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실시한다. 즉, 공동주택 인허가나 준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부산시 주장과 달리 홈네트워크 기술기준은 정부 3개 부처가 공동 고시한 기준이 유일하다.

부산시가 내놓은 대책인 ‘500세대 이상 아파트 건축 심의 의무화’도 미흡하다.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따라 500세대 이상 아파트는 홈네트워크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부산시의 대책은 법적으로 당연히 지켜야 하는 사항을 이제 와서 심의 조건으로 삼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부산 북구의회 김태식 의원은 “지능형 홈네트워크는 500세대가 넘으면 필수 사항이고, 500세대 미만이라도 건축주가 시공한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기술기준을 따라야 한다”면서 “건축주와 입주자간의 분쟁의 여지가 없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 지자체의 일인데 부산시는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미시공은 아파트 하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은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 21일 서울고등법원은 “A 아파트 월패드에 예비전원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하자”라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서울행정법원은 예비전원장치를 미시공해 국토부에 ‘하자’ 판정을 받았던 한 시공사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성현·이상배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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