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 대신 김치·재개발 간판… 완월동에 부는 업종 변경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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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가 보니

25일 오전 10시께 과거 성매매 장소로 쓰이던 부산 서구 완월동 건물이 김치가게(왼쪽)로 바뀌었다. 또 완월동 곳곳에는 재개발 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현수막(가운데)이 내걸리는가 하면, 성매매 업소였던 건물이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 사무실(오른쪽)로 쓰이고 있다.

‘파김치, 겉절이, 알타리.’ 25일 오전 10시께 서구 완월동. ‘홍등’ 대신 빨간 김치가 한 구석에 등장했다. 분홍빛 간판에 ‘장미’ 따위의 꽃 이름 대신 노란색 간판에 김치 사진이 붙었다. ‘재료가 국내산’이라고 당당히 표시한 가게는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 퍼지는 업종 변경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100m 떨어진 곳에서는 1년 새 모습을 2번이나 바꾼 옛 업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 달 전만 해도 건물 1층을 유료 주차장으로 사용했는데, 현재는 주상복합건물 개발조합 사무실로 바뀌었다. 이곳도 원래 성매매 업소였다. 숙박업으로 업종을 변경했고, 1층을 틔워 유료 주차장으로 운영했다. 그마저 여의치 않자 재개발로 눈을 돌린 것이다.

과거 성매매 업소 자리에 가게
숙박업 변경 1층 터서 주차장
영업 위축에 재개발로 눈 돌려
건물주, 준비위 결성 사업 추진
박 시장, 인권친화적 개발 약속


사무실 열린 문 틈 사이로 들여다본 내부에는 아파트 평면도가 벽에 붙어 있었고, 가운데 넓은 테이블을 둘러 초등학생만 한 화분 대여섯 개가 연분홍 리본을 달고 놓여 있었다. 사무실을 청소하던 한 관계자는 “주상복합을 지으면 건물값의 2~3배는 벌어갈 수 있다”면서 “여기 건물주들은 팔려고 내놨던 건물도 안 팔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6일 부산 서구청에 따르면 ‘(가칭)초장·충무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는 이달 초 구청에 주거환경개선지구 해제동의서를 구청에 냈다. 서구 초장동과 충무동 일대는 1990년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지정됐다. 이곳을 다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하려면 먼저 주거환경개선지구에서 해제해야 하는 것이다. 서구청은 이들의 동의서를 접수해 주민 동의율을 파악하는 중이다.

완월동에는 재개발을 두고도 의견이 나뉘어 ‘한 지붕 두 가족’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가칭)초장충무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와 ‘충무동 2·3가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이 같은 부지를 두고 다른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각자의 사업이 더 유망하다고 홍보 중이다.

두 사업 모두 업소 건물주가 중심이 돼 진행하는 사업인데, 실제 재개발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곳은 2015년 가로구역별 건물 최고 높이가 30m로 제한됐다. 또 2007년 초장, 충무, 암남동 일대 100만 6397㎡가 복합정비구역, 일명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업주를 포함한 주민들의 재입주 부담금과 보상금 문제로 차질을 빚다가 2012년 무산됐다. 인근 부동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업소 일부만 참여하는 방식으로 재개발이 된다면, 사업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건물주뿐만 아니라 업소 운영자와 여성들의 입장까지 하나로 모이기 전까지 재개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재개발 움직임은 성매매 영업 수익이 예전 같지 않자 재개발로 최후의 이익을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설사 재개발이 진행되더라도 업주들이 불법 성매매로 번 수익은 입주권을 빼앗거나 현금 청산된 금액에 대해 몰수보전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제한될 예정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후보 시절인 4월 시민사회대책위와 ‘완월동 집결지 폐쇄 및 공익 개발 실현을 위한 협약’을 맺고 완월동의 인권친화적 도시재생을 약속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박 시장이 이곳 도시재생을 사유재산 문제로만 볼 것인지, 약자에 대한 반성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그의 인권과 역사적 인식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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