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통행료 비싸면 돌아가라”는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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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 디지털미디어부

“비싸면 다른 길로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닙니까.”

시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부산 시내 7개 민자 유료도로의 높은 통행료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부산시 관계자가 내놓은 대답이다. 기자는 다시 물었다. “운영사가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사업 구조를 부산시가 방치해서 될 일인가요?” 시 관계자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민자 사업 구조가 원래 그렇습니다.”

<부산일보>는 지난 한 달간 시민들이 낸 통행료, 민자 운영사의 건설비 조달 구조를 취재해 ‘민자의 늪-유료도시 부산’ 이라는 제목의 기획 시리즈 기사를 보도했다. 시민들은 2000년부터 20년 동안 무려 3조 원에 가까운 통행료를 냈고, 시는 6500억 원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민자 유료도로 운영사는 ‘저비용 무위험’ 구조 속에서 자기자본금의 200배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왜 유독 부산에만 민자도로를 고집하는지 부산시가 해명 좀 하라.’ ‘민자 운영사의 폭리를 두고보는 이유를 밝혀라.’

보도가 나가자 그동안 쌓였던 시민들의 불만과 응어리가 쏟아졌다. 준비 안 된 협상으로 운영사의 폭리 구조를 방치한 부산시에 대한 질타였다.

부랴부랴 시는 24일 4장 분량의 설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자료는 엉뚱하기 이를 데 없었다. 부산시 설명의 요지는 민자도로 개통으로 부산시민들의 교통 편의가 증대됐고, 교통혼잡비용이 줄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민자 도로 운영사의 폭리 구조 때문에 요금 부담이 크다고 분노하는데, 돌아온 답은 교통이 개선되지 않았느냐는 식이다. 높은 통행료를 내는 시민들의 고통은 구체적이었으나, 교통이 나아졌다는 시의 해명은 다분히 추상적이었다. 당연히 시민들의 공감도 얻지 못했다. 민자 폭리구조에 대해 재검토하고 협약 재변경을 추진하겠다는 식의 명확한 대안을 기다렸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시는 설명자료에서 ‘시민이 공감하는 민자도로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자료 말미에 ‘공감’을 강조했다. 공감은 시민들의 분노에 답하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

시민들은 비싼 통행료와 운영사의 폭리 구조 속에 20년째 ‘착취’라고 불러도 이상할 것 없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민자도로로 교통이 나아졌다’며 운영사 입장에 공감하는 시정으로는 시민들을 착취 구조에서 구할 수 없다. 운영사가 아닌 시민과의 공감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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