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의 플러그인] 적어도 해양수산부는 그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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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우리나라 정부 부처 중에서 해양수산부만큼 부침을 겪은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부처 존속에 가장 마음을 졸이는 데가 해수부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정부 조직 개편 얘기만 나오면 먼저 눈길이 그쪽부터 간다. 그만큼 정부 내에서 차지하는 해수부 위상이 허약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정권 교체기마다 부침 겪은 해수부
그때마다 부산은 적극 나서서 엄호

최근 북항 사업 ‘표적 감사’ 뒤통수
공공콘텐츠 사업 중단 공기도 차질

명분도, 실리도 없는 감사에 허탈감
국가·부산 미래 위한 대의 생각해야



그럴 때마다 위태위태한 ‘해수부 지킴이’를 자처하며 팔을 걷어붙이는 곳이 부산이다. ‘동북아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에 해수부의 존재와 위상은 다른 부처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정부 정책과 업무가 어느 한 지역에만 쏠릴 수는 없지만, 최고 해양수산 도시인 부산은 그 대표성으로 인해 유독 해수부와 얽힌 인연이 넓고도 깊다. 관심과 애정의 결이 유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는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신설된 해수부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해체되고, 다시 박근혜 정부 출범을 계기로 부활하는 등 부침을 겪는 동안 부산시민이 보여 준 열정적인 행동을 통해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만큼 해수부의 존재는 부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부산시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옛날얘기를 다시 끄집어낸 것은 최근 북항 재개발 사업에 대한 해수부의 뜬금없는 표적 감사가 계기가 됐다.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해수부의 ‘북항추진단 및 북항 재개발 사업’ 표적 감사로 현재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특히 재개발 사업의 핵심인 트램(노면 전차) 사업을 비롯한 공공콘텐츠 사업 전체가 표류 위기에 처했다.

해수부의 느닷없는 감사에 대해 부산시민이 보인 반응은 대체로 “해수부가 왜 갑자기”라는 말로 집약된다. 다른 부처도 아닌 해수부가 장관 결재로 시행되고 있는 자기 부처 사업에 대해, 그것도 공기를 맞추려면 하루가 급한 마당에 감사에 나섰으니 의구심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직접 당사자인 부산시민은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감사 착수 이유에 대해 아직 수긍할 만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해수부 안팎으로 담당 간부가 바뀌면서 빚어진 부서 간 알력 또는 북항 재개발 사업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해수부의 의도된 행위라는 얘기가 많이 흘러나온다. 실제로 해수부 내 부서 간 업무 주도권을 놓고 심각한 불협화음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해수부가 부산시 등의 입김에서 벗어나 북항 재개발 사업의 주도권을 확실히 거머쥐기 위해 ‘셀프 감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 나온 이런저런 얘기를 살펴보면 해수부가 북항 재개발 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여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나 배경은 없어 보인다. 감사를 통해 불요불급한 공사 비용 절약, 사업 진행 속도 향상, 잘못된 절차와 관행 개선, 부정·비리 적발이라는 기대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니 시민 누구나 도무지 감사 이유를 헤아리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해수부 내 부서 간 갈등이나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는 의도에 부산시민의 숙원인 북항 재개발 사업이 휘둘리는 꼴이 됐다. 지금까지 부산지역 분위기도 이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민이 느끼는 실망감과 배신감의 강도도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북항 재개발로 예상되는 기대 효과는 단지 부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관광 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이 바로 북항 재개발 사업이다. 부산의 미래는 물론이고 국가적인 자부심까지 함께 걸려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지시한 이후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어도 그 당위성만은 한 번도 의심받지 않았던 이유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고 자부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공약 사업이 정작 담당 부처의 셀프 감사로 중단됐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해수부는 이런 지역 분위기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북항 재개발 사업은 해수부로서도 국민 지지와 함께 부처 위상 강화를 꾀할 수 있는 둘도 없는 호기다. 해수부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대의는 내팽개친 채 작은 이익에만 이끌린다면 이는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지금 해수부는 북항 표적 감사가 아니라도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5명의 새 장관 후보자 중 해수부 장관 후보자만 낙마하면서 부처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이런 때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던 부산시민과도 등을 돌린다면 어떻겠는가. 부산과 해수부는 해양수산 분야에 관한 한 ‘이인삼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수긍한다면 적어도 해수부는 부산을 그렇게 대해선 안 된다.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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