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눈으로 맛보는 컬러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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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원산지가 남아프리카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11년 허균이 우리나라 명물 토산품과 별미 음식을 소개한 책 에는 고려 때 몽골 장수 홍다구가 개성에 수박을 심은 것이 시초라고 전한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수박은 궁중에 진상돼 임금이 먹는 과실이었다. 그 때문에 노산군(단종의 폐위 후 군호)에게 수박을 올리려던 궁노는 장(杖) 100대를 맞아야 했다. 신사임당은 이렇게 귀한 수박을 ‘초충도’에 표현했다. 대중적으로 수박을 먹기 시작한 것은 사과, 배 등 상품 작물 재배를 시작한 일제강점기였으며 크기와 당도가 다양한 수박이 개발된 것은 우장춘(1898~1959) 박사의 ‘씨 없는 수박’ 개발 이후다.

국내 수박 산지로는 전라북도 고창·진안, 경상북도 성주·영주, 경상남도 창원·함안 등 주로 남부지역이다. 또 경상남도 거창에서 재배되는 복수박은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은 것으로, 광주 무등산 수박은 일반 수박보다 더 크고 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경남 함안군은 ‘컬러 수박’으로 유명하다. 함안군은 이달 하순부터 7월 상순까지 컬러 수박을 출하, 소비자 입맛 공략에 나선다. 이번에 함안군이 선보이는 수박은 먹기 편한 ‘씨 없는 흑피수박’과 ‘흑미수박’, 1~2인이 먹기 편한 중과형 수박(5~7kg)인 ‘베개수박’ ‘블랙보스’ ‘블랙비’ 등이다. 이중 과육이 노란 블랙보스는 달고 부드러워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함안군은 2007년부터 꾸준히 컬러 수박을 내세워 소비자 입맛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일종의 ‘컬러 마케팅’인 셈이다. 흔히 컬러 마케팅은 1920년 미국의 파커사가 모양만 조금 가늘 뿐 색상은 남성용과 똑같던 여성용 만년필에 빨간색을 도입한 것을 시초로 친다. 이후 컬러 마케팅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음식은 컬러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컬러 마케팅의 성공은 엠앤엠즈(M&M’s) 초콜릿이 대표적인데, 초콜릿 색상에 빨강 노랑 초록 등 다양한 색을 입혀 매출액을 크게 늘렸다.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 열린다’는 속담이 있다. 일이 잘되려고 하면 뭘 해도 잘된다는 의미다. 함안군은 2016년 함안수박특구지정, 2008년 수박 분야 최초 지리적표시제 등록 등 시설 수박의 주산지로 그 명성을 이어 오고 있다. 아무쪼록 함안 컬러 수박이 ‘가지나무에 수박 열리듯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아 대박 나길 기대해 본다.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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