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묻다] “난, 아직 가족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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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애를 확인하는 이들 사이로, 가족을 떠나보내지 못한 유족의 통곡이 처량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 상실이 더 가슴 아프다.

취재진은 이달 ‘김민수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아들을 빼앗긴 엄마, ‘초량 지하차도 침수사고’로 조카와 형을 떠나보낸 삼촌과 동생, 해운대 호텔 추락사고로 동생을 잃은 형을 만났다. 모두 부산지방법원에서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가족의 죽음에 책임지는 이가 없어 가슴을 치는 유족들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해 청년을 자살로 몰아간 보이스피싱범에게는 그저 공무원사칭과 사기 혐의만 적용됐다. 지하차도에서 세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만 사고 책임자들은 줄줄이 직무유기 혐의를 벗었고, 하청업체 직원의 추락에 원청기업에서는 말단 직원 1명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받았다.

모든 죽음에는 원인이 있고,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추락사고로 동생을 떠나보낸 손봉수(42) 씨는 “무관심 속 죽음은 누구의 책임도 아닌 거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 데 대해 분노한다.

김영일(54) 씨는 초량 지하차도에서 조카를 잃은 뒤 가족 모임도 하지 않는다. 김 씨는 “사고 책임자는 어디 가고 남은 가족이 서로를 탓하는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가짜 ‘김민수 검사’에게 큰아들을 잃은 엄마 정은재(55)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더는 법이고 규칙이고 지키란 말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남긴 숙제를 하나씩 짚어 본다. 권상국 기자 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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