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앗아가도 고작 사기 혐의… 보이스피싱 형량,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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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사기는 대한민국 전역에서 ‘진행형’이다. 수법도 날이 갈수록 집요해져 피해자를 집어삼키고 있다. 피싱 범죄 피해액이 연간 7000억 원대를 넘어서지만, 처벌 비율은 매년 감소한다. 사이버 범죄 전문가들은 피싱 범죄 처벌 강화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전화금융사기) 피해 금액은 7000억 원으로 2016년 1468억 원에 비해 5532억 원(376%) 증가했다. 5년 전부터 피해 금액이 매년 1000억 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1인당 피해 금액 규모도 5년 전 861만 원에서 2209만 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범죄 피해액 매년 1000억 증가
징역형 기껏 1~2년·비율도 감소

발생 건수는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일부분 감소했다. 지난해 전국 발생 건수는 3만 1681건으로 2019년 3만 7667건에 비해 줄어들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 수법 변화를 꼽는다. 가짜 앱, 악성 프로그램 설치 등을 덫으로 이용하는 지능적 신종수법이 늘면서 한 번에 고액을 빼돌릴 수 있게 된 것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유기징역 판결 비율은 감소세를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9년 보이스피싱 범죄 유기징역 1심 판결 비율은 67건 중 24건(36%)으로 2015년 127건 중 113건(89%)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재판 건수도 감소했지만, 건수 대비 징역형은 턱없이 낮아졌다. 법원의 소극적인 처벌은 취업난과 겹치면서 기묘한 현상까지 낳는다. 최근 피싱 조직은 지인을 통해 조직원을 소개받던 방식을 넘어 공개적으로 SNS, 구인구직 홈페이지 등 노출된 공간까지 발을 뻗는다.

경찰은 반복되는 피싱 범죄의 고리를 끊기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경찰청 이재홍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피싱 조직을 검거하더라도 사기 등 혐의가 적용돼 징역이 내려져도 형량은 1년이나 2년에 그쳐 출소 이후 재범 가능성이 높다”며 “주범들은 해외에 있고 인출책, 송금책 등이 계속해서 검거되는 문제도 크다”고 말했다. 이 대장은 “돈을 벌기 위해 피싱 조직에 몸을 담고, 피싱 범죄에 넘어가는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피싱 범죄 관련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이스피싱 범죄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계류 중이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은 피싱 범죄에 대한 형벌을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하고, 벌금도 부당취득한 가액의 배 이상을 부과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보이스피싱 피해로 몸부림치는 국민들이 많지만, 징역 1~2년 등 솜방망이 처벌 탓에 범죄자에게 억제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한다”며 “보이스피싱 범죄는 대한민국에 녹아있는 사회적 문제인 만큼,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해당 개정안이 적용될 수 있도록 계속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진석·탁경륜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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