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에 가라앉은 한·일 비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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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희(52) 경남대 교수가 (경진출판)를 냈다. 한·일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과 그 사랑의 슬픈 사연이 묻어난다.

극작가 박재성(1915~1947)의 삶이 그렇다. 그는 불운의 천재 극작가다. 박재성은 1945년 통영 미륵산 용주사에서 찍은 저 유명한 통영문화협회 회원 사진에 나오는 인물이다.

김봉희 교수, 박재성 사연 담은
‘극작가 박재성의 아내…’ 펴내

통영 출신으로 부산의 동래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박재성은 도쿄에 유학 가서 1936년 그의 문학적 열정과 운명을 같이할 여인 일본인 요시코를 만나 1941년 결혼했다. 둘은 문학과 사랑 앞에서 조선인과 일본인의 경계를 지웠다.

김봉희 교수의 설명은 이어진다. “일본서 극작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통영에 돌아온 박재성은 통영문화 계몽에 힘썼고 교사로서 학생극도 창작하면서 지역연극의 초석을 닦았어요. 하지만 1945년 해방으로 한·일 관계가 단절되면서 박재성과 요시코는 한국과 일본에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드디어 박재성은 1947년 8월 밀선을 타고 가서 도쿄에 있는 요시코를 만났고 그녀를 다시 밀선에 태워 통영으로 돌아오던 중 그만 현해탄에서 풍랑을 만나 둘이 타고 있던 배가 침몰했습니다. 박재성의 빛나던 재주와 요시코의 가슴 아픈 사랑도 바다 깊이 가라앉고 말았던 것입니다. 참으로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김 교수가 이번에 낸 책은 1946년 10월~1947년 8월 일본에 있던 요시코가 남편 박재성에게 보낸 편지 127통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김 교수는 “1998년 언양에 답사를 갔다가 박재성의 조카에게 받은 오래된 편지 뭉치 사이로 삐져나온 활기찬 글씨체를 통해 요시코를 처음 만났다”며 “이제 20년 넘게 묵힌 그녀의 ‘육성 편지’를 우리말로 옮겨 세상에 공개한다”고 했다. “한·일 국경을 넘어선 사랑의 의미를 새기고 비운의 요절 극작가 박재성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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