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빛낸 세기의 커플, 시몬 시뇨레·이브 몽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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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 외모와 지성미로 한 시대를 풍미한 배우 시몬 시뇨레, 프랑스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가수이자 배우 이브 몽탕. 두 사람은 프랑스 영화사를 빛낸 배우이자 세기의 커플로 기억되고 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두 배우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시몬 시뇨레& 이브 몽탕’ 특별전을 연다. 다음달 13일까지다. 이들의 대표작과 후기작을 망라한 20편을 선보인다. 1921년생 동갑내기 배우 커플은 시뇨레가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부부로 일생을 함께 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두 배우 탄생 100주년 특별전
꼭대기 방·고백·밤의 문 등
내달 13일까지 20편 선보여

시몬 시뇨레(1921~1985)는 독일 비스바덴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이주, 프랑스에서 재능을 꽃피웠다. 영국 감독 잭 클레이튼의 ‘꼭대기 방’(1959)으로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최초의 프랑스 배우다. 남편의 외도로 고통받다 파국을 맞는 여인을 연기한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꼭대기 방’을 비롯해 시몬 시뇨레 출연작 9편을 상영한다. 처음 배우로서 주목받은 막스 오퓔스 감독의 ‘윤무’(1950)에서는 군인을 유혹하는 매춘부 역할을 맞아 특유의 관능미를 드러냈다. 자크 베케르 감독의 ‘황금투구’(1952)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의 파리 문화 예술 절정기 ‘벨 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사랑을 찾아 나서는 당찬 매춘부 역할로 고혹적인 매력을 뽐냈다.

시뇨레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여성의 절제된 표정 연기를 선보인 ‘테레즈 라캥’(1953·마르셀 카르네 감독), 배우 비비안 리, 리 마빈, 호세 페러 등 유명 배우들과 여객선에 승선한 승객으로 호흡을 맞춘 ‘바보들의 배’(1965·스탠리 크레이머 감독), 프랑스 누아르의 거장 장-피에르 멜빌의 대표작 ‘그림자 군단’(1969)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정치 영화의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의 ‘고백’(1970)을 통해 시뇨레와 몽탕이 함께 연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주의자 아르투르 런던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이브 몽탕(1921~1991)은 이탈리아 출신으로 프랑스에 귀화한 배우다. 나중에 연인으로 발전한 프랑스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후원으로 가수로서 이름을 알렸고, 배우로서도 크게 성공했다. 1951년 시뇨레와 결혼한 이후에도 마릴린 먼로, 셜리 맥클레인, 카트린 드뇌브, 이자벨 아자니 등 배우들과 염문을 뿌린 바람둥이었지만, 부부는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했다.

몽탕의 대표작 11편을 특별전에서 상영한다.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밤의 문’(1946)은 그의 첫 주연작으로 몽탕이 직접 부른 샹송 ‘고엽’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에 빛나는 앙리-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공포의 보수’(1953)에서는 목숨 걸고 돈을 좆는 트럭 운전수로 열연했고, 몽탕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아나톨 리트박 감독의 ‘굿바이 어게인’(1961)에서는 부유한 사업가이자 바람둥이 역할을 몸에 꼭 맞춘듯 소화했다.

몽탕은 세계적 감독 작품에 다수 출연했다. 누벨바그의 거장 알랭 레네 감독의 ‘전쟁은 끝났다’(1966)에서 지친 혁명가 역할을 맡았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제트’(1969), 장-피에르 멜빌 감독의 범죄 스릴러 ‘암흑가의 세 사람’(1970)에는 배우 알랭 들롱과 함께 출연했다.

클로드 베리 감독의 ‘마농의 샘 1부’(1986), ‘마농의 샘 2부’(1986)는 몽탕의 대표적인 후기작으로 고뇌에 찬 포도농장주 역할을 통해 묵직한 존재감을 알렸다.

김은정·김필남 영화평론가의 특별전 영화 해설 일정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일반 7000원, 청소년 및 경로 5000원. 문의 051-780-6080.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영화 ‘꼭대기의 방’(위), ‘테레즈 라캥’ 속 시몬 시뇨레.
영화 ‘굿바이 어게인’(위), ‘마농의 샘’ 속 이브 몽탕. 영화의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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