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선·정체 위기 갈맷길, 명품 탐방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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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고 많은 사람이 몰리는 시설에 대한 이용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산책과 걷기 운동이 가능한 야외 공간이 사랑받는다. 부산에서는 갈맷길이 대표적이다. 부산을 상징하는 바닷새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인 갈맷길이 다음 달 7일 12번째 생일을 맞는다. 이 길이 생긴 지 10년을 훌쩍 넘기면서 대대적인 정비와 개편이 시급하다. 총 9개 코스, 21개 구간에 걸쳐 280여㎞ 길이로 조성된 갈맷길이 지형지물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발길이 끊기는 구간이 생기고 시설물이 훼손되고 있어서다. 갈맷길을 명품 탐방로로 만들기 위한 재정비 작업이 요구된다.

12년간 지형 바뀌었지만 코스는 그대로
편의·안전성 높여 대표 관광상품 되기를

갈맷길은 2009년 6월 7일 부산시가 ‘걷고 싶은 도시’를 선포하면서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기장군 임랑해수욕장에서 해운대 문탠로드, 남구 오륙도, 영도 태종대, 강서구 가덕도, 낙동강을 휘돌아 백양산과 금정산을 거쳐 기장으로 되돌아오는 700리 도보 코스다. 바다와 강, 산림, 도심 네 가지 지역·자연적 특성과 수려한 경관이 어우러진 갈맷길은 그동안 걷기 운동 활성화와 시민 건강에 크게 기여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문화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단순히 걷는다는 의미를 넘어 도시를 이해하고 지역민의 삶을 향유하는 통로로서 부산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갈맷길 주요 지점에 설치된 이정표와 안내판 상당수가 훼손되거나 떨어져 이용객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간 길 주변 도로와 건물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본래 코스와 탐방객들이 실제 이용하는 길이 다르거나 헷갈리는 곳도 많다는 것이다. 지역 환경단체 부산걷는길연합이 올 2~4월 전체 구간을 직접 완주하며 점검한 결과다. 이러한 혼선과 정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각종 시설물 정비와 함께 안전하고 경관이 좋은 길로 코스를 변경하는 작업이 필요한 실정이다. 갈맷길 각 구간의 구·군청이 관리하고 부산시가 총괄하는 현행 운영 체계를 종합적 관리와 효용성 제고가 가능한 방향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고민할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는 최근 동래·수영·부산진구 등 도심의 120㎞(300리) 구간을 추가해 2026년까지 1000리 갈맷길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시민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이에 앞서 행정 당국이 명심할 게 있다. 기존 갈맷길 주변에 쓰레기가 마구 버려지거나 흉물스러운 빈집이 방치된 곳이 있어 도시 이미지를 흐리는 만큼 시민의 협조를 잘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말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갈맷길이 제주 올레길에 이어 선호하는 걷기 여행길 2위를 차지했다. 갈맷길이 이에 힘입어 국내 도보 관광의 대표 상품이 되도록 관리와 운영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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