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군대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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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현대판 임오군란’이란 비유까지 나왔을까. 부실한 군대 급식 사태에 국방부가 종합대책을 내놓고 고강도 감사까지 착수했지만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임오군란(壬午軍亂)은 1882년 해고된 군인들의 체불된 임금을 겨와 모래가 섞인 불량 쌀을 지급하면서 일어났다. 군인들이 즐겨 찾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에는 지난달 18일 이후 부실 급식 제보가 13건이나 올라왔다. 반찬과 국이 없는 도시락, 일회용 스티로폼 도시락에 담긴 한 숟갈 정도의 불고기와 깍두기 두 쪽, 생일 케이크 대신 지급된 1000원짜리 빵 사진 등이다. 북한군도 아니고 우리 사병들이 먹는 식단이라는 게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군대 급식의 공식 명칭은 ‘병영식’이지만 대개 ‘짬밥’이라고 부른다. 짬밥이 아주 맛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논란이 된 병영식은 너무했다. 잘 먹어야 잘 싸울 게 아닌가. 역사책에는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줘서 사기를 올렸다는 기록이 수없이 나온다. 반대로 병사들을 굶기거나 맛없는 음식만 먹일 때는 약탈이나 반란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국방부는 부실 급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병사 1일 급식비를 8790원에서 1만 500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급식비만 올린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급식비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금액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대 급식은 인건비, 임대료, 이윤이 빠지고 재료값만 들어간다.

부실 급식의 원인으로 군수비리 의혹도 제기되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똑같은 예산을 받는 부대 간 급식 질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동기의 결여를 꼽는다. 맛이 없으면 손님들이 가지 않아 일반 식당은 문을 닫는다. 하지만 병사들은 맛없는 음식을 거부할 권리도, 항의할 방법도 없었다. ‘육대전’의 개설은 2016년이었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2019년 이후부터였다. 사병들의 개인용 휴대전화 사용이 허가되면서다.

로마군에게 보리로 만든 죽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보리는 가축이나 노예가 먹는 작물로 천하게 여겼기 때문에 일종의 처벌이었다. 죄 없는 병사들에게 먹는 즐거움 대신 고통을 줘선 안 된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포병장교로 입대했다가 정식 편제에도 없는 ‘취사장교’로 활약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현장 지휘관들의 관심에 따라 급식 질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어느 부대 급식이 맛있는지를 두고 배틀이라도 열어야 할 때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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