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회로 손상 부위 정확한 파악이 치료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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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회로 오작동 질환들

의식회로, 기억회로, 운동회로 등 인체의 뇌회로가 고장나면 다양한 뇌질환이 발병한다. 정대수맑은신경과의원 정대수 원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아래 작은 사진은 뇌파검사 장면. 정대수맑은신경과의원 제공

인간의 뇌에는 여러가지 기능 회로가 존재한다. 의식회로, 기억회로, 운동회로, 감정회로, 언어회로, 감각회로, 자율신경 회로 등이다. 뇌회로가 잘못 작동하면 다양한 질환이 발병한다.

손발이 저리다, 머리가 아프다, 말이 어눌하다, 동작이 느리고 굼뜨다, 우울하고 불안하다 등과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뇌신경망, 즉 뇌회로 문제에서 시작된 전조 증상인 셈이다.


치매, 기억회로 손상 ‘인지 판단’ 장애
뇌졸중, 뇌혈관 문제 ‘마비 경직’ 발생
뇌파 검사·SNSB 선별검사 큰 도움
원인 진단 후 약물·운동 관리 필요

■뇌회로 손상에 따른 연관 질환

인간은 의식회로가 있음으로 해서 깨어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의식은 뇌의 중심줄기인 뇌간의 망상체로 연결되고, 시상을 지나 대뇌의 겉질(피질)로 전해진다. 의식회로가 손상되면 혼수나 혼미상태가 된다.

기억과 학습은 해마에서 뇌궁을 거쳐 시상하부에서 대상회로, 해마이랑, 전전두엽, 다시 해마로 돌아오는 회로, 파페즈회로를 거친다. 이 회로의 잘못된 작동은 기억과 인지, 판단장애를 일으키는 치매 증상을 유발한다.

운동회로는 수의적, 불수의적 운동과 자율적, 자동적, 반사적 운동에 관여한다. 팔과 다리, 얼굴 등 신체 부위를 움직이는 회로의 연결선이 다르고 위치 또한 다르다. 운동회로가 손상되면 마비, 경직 등의 뇌졸중 증상과 파킨슨병 장애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감정회로에 관계하는 편도엽은 의지와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신경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에 연결돼 있다. 감정과 자율신경 회로의 이상은 우울, 불안, 불면, 신경증과 정신증을 유발한다.

정대수맑은신경과의원 정대수 원장은 “뇌 회로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이 질병으로 연결된다. 뇌회로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알아야 원인치료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뇌질환인 치매도 이런 뇌회로의 기본적인 작동원리를 파악해야 올바른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

치매의 3대 원인 질환은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그리고 루이체 치매이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히 발생되는 치매의 원인으로, 전체 원인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노화나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측두엽이 위축돼 인지기능, 그중에도 기억력에 문제가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는 주로 초기에 측두엽 안쪽 해마 부위인 기억회로를 침범하여 오래된 기억보다는 최근 기억이 떨어진다. 전전두엽이 작업기억의 중추 역할을 못하게 돼 새로운 일에 대한 학습과 수행이 힘들어진다. 심해지면 성격과 인격이 변해 공격적이고 충동적이고 의심증을 보이기도 한다. 우울, 불안과 같은 증상이나 망상, 환각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자제력이 약화되어 성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도박에 빠져들거나 화를 잘 낸다.

혈관성 치매는 뇌경색, 뇌출혈 등의 뇌혈관질환으로 인해 국소 신경학적 증상이 유발된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 나타난 후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기억력 저하에 비해 언어기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기능의 저하가 두드러진다. 주로 의식, 운동, 감각, 언어 회로의 이상으로 마비, 감각장애, 언어장애, 삼킴장애, 어지러움, 의식장애 등을 보인다.

루이체 치매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들인 ‘루이소체’가 뇌 겉질에 쌓이면서 진행된다. 가장 흔한 증상은 환시와 환청이며, 파킨슨병과 같은 운동 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외에 반복적인 알코올의 남용으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도 있다.



■뇌파 검사와 치매 선별검사

치매와 뇌졸중 환자에게 유용한 검사가 뇌파 검사와 SNSB 선별검사이다.

뇌파 검사는 독일의 신경정신학자 한스 베르거가 1929년 처음 발견한 후 경험 많은 뇌파 전문가들에 의해 발전을 거듭해 왔다. 뇌파의 리듬으로 뇌기능을 알아보는 검사다.

뇌파를 통해 후두부 알파파의 서행 또는 소실, 전반적인 세타파의 증가, 전측두엽 부위에서 불규칙한 델타파의 증가 등을 체크한다. 최근에는 컴퓨터 분석기법을 활용한 뇌파 검사가 치매 진단에 활용되고 있다.

SNSB 선별 검사를 수행하면 인지기능에 장애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검사를 통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정상적인 인지기능 저하인지, 혹은 치매 초기단계에 발생하는 인지적 결함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또 그것이 퇴행성질환에 의한 것인지, 뇌혈관 질환에 의한 것인지 변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치매는 질환명이 아니다. 뇌기능 손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상 증후군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인 뇌질환을 밝히는 것이 치료방법을 정할 때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치매가 절대적으로 치료 불가능한 질환은 아니다. 그렇다고 쉽게 치료되는 병도 아니다. 혈관성 치매의 경우는 많은 부분이 치료가 가능하고, 예방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치매 역시 조기에 발견하고, 그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으로 조금씩 진행하는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리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을 예방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혈관성 치매를 치료 가능한 치매로 분류하기도 한다. 혈관성 치매는 꾸준한 약물 치료와 운동 및 식이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대수 원장은 “뇌의 모든 활동은 전기신호로 작동한다. 이 전기신호에 변화를 주는 약들이 바로 진정제, 안정제, 수면제 등이다. 이들 약물을 처방하기 전에 먼저 침범된 뇌 신경망의 위치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뇌파와 신경학적 검사 등을 통해 어떤 뇌회로에 이상이 생겼는지 파악해, 그 위치를 찾아내는 것이 정확하고 올바른 치료의 첫걸음이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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