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빠진 어깨, 자연치유 안 돼 ‘습관성’ 되기 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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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한 번 빠지면 ‘습관성 탈구’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나르샤병원 이동기 원장이 어깨 탈구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나르샤병원 제공

어깨는 몸의 관절 중에 운동 범위가 가장 넓어 거의 360도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큰 운동 범위 때문에 다른 관절에 비해 상당히 불안정한 구조를 형성해 탈구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관절이기도 하다.

보통 ‘어깨가 빠졌다’라는 어깨 탈구는 어깨의 상완골이 어깨 관절의 정상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빠져나간 것을 말한다. 넘어지거나 스포츠 손상 등 외상에 의해 많이 발생하나, 선천적으로 관절이 지나치게 유연해 발생하는 수도 있다. 10대나 20대에서 어깨 탈구가 흔하며,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띤다. 활동량이 줄어들고 관절의 유연성도 점점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과도한 운동이나 사고로 인한 손상으로 30대 이상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탈구 방치 땐 혈류장애 초래
빠른 시간 원위치 복귀 관건
반드시 정형외과 상담해야
습관성 탈구는 관절염 유발
관절와 골손실 15% 넘으면
‘오구돌기 이전술’이 효과적


■어깨 탈구 방치하면 관절염 우려

관절와순(어깨 관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반지 모양의 물렁뼈)은 섬유 연골조직으로, 어깨 관절이 어긋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 이 관절와순이 파열되거나 늘어나면서 상완골두가 관절와에서 이탈해 탈구가 발생하게 된다.

탈구가 발생하면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어깨를 움직이기 어려워지는데, 빠진 상완골두를 다시 제자리로 위치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빠진 상태로 방치하게 되면 상완골두에 혈류장애를 초래하면서 괴사를 일으킬 수 있어 가까운 정형외과 혹은 응급실로 가 상완골두를 빠른 시간내에 제자리로 위치시켜야 한다. 상완골두가 원위치 되면 심했던 통증이 해소되고 어깨 관절을 움직일 수 있다.

탈구는 상완골두가 빠지는 방향에 따라 전하방 탈구, 후방 탈구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90% 이상이 전하방 탈구다. 전하방 탈구는 관절와순의 전하방 부분이 파열되면서 발생하는데, 이를 ‘방카르트 병변’이라 부른다. 특히 야구공 던질 때와 같은 동작에서 손상이 많이 온다.

나르샤병원 이동기 원장은 “한 번 손상된 관절와순은 자연치유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이후 반복적으로 탈구가 일어나는 ‘습관성 탈구’로 진행되기 쉽다”며 “습관성 탈구는 통증과 함께 주변 조직의 손상을 야기하며 추후 관절염으로 악화될 수 있어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열된 관절와순 봉합 수술

한 번이라도 탈구를 경험했다면 관절와순 파열이 동반되기 때문에 반드시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의사는 병력 청취와 신체검진을 통해 통증 및 탈구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고, 탈구 유발 원인을 확인한다. 엑스레이와 MRI 혹은 MRA(관절 내에 조영제를 투여한 뒤 MRI를 촬영하는 방식)를 통해 병변도 확인하게 된다.

수술은 파열된 관절와순을 봉합하는 것이 관건이다. 주로 관절내시경을 통해 방카르트 병변(관절와순의 전하방 부분의 파열)을 단단하게 봉합한다. 실이 달려 있는 나사못을 관절와에 삽입한 후에 실을 활용해 봉합해 나간다.

수술은 봉합하는 방식에 따라 단순봉합술, 이중봉합술, 평행교량형 봉합술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평행교량형 봉합술은 2011년 나르샤병원 이창수 원장이 개발해 정형외과 학술지 ‘COP(Current Orthopaedics Practice)’에 논문을 게재한 수술법으로, 단순봉합술 보다 더 단단하게 봉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골소실 심하면 오구돌기 이전술

어깨가 빠지면서 관절와순의 전하방 부분의 파열뿐만 아니라 뼈도 함께 부러지며 관절와의 골소실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골성 방카르트 병변’이라 하는데, 골소실이 커서 방카르트 재건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오구돌기 이전술(라타젯 술식)’을 시행할 수 있다. 오구돌기 이전술은 어깨 앞쪽 오구돌기 뼈를 잘라 소실된 부위에 접합하는 수술이다.

이동기 원장은 “관절와의 골소실이 15%가 넘으면 관절내시경 봉합술보다는 오구돌기 이전술을 시행하는 것이 재발률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 등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논문을 2018년 ‘AJSM(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게재해 보고한 바 있다.

수술이 끝나면 3~6주가량 보조기를 착용한 후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 때까지 재활 과정을 거친다. 이동기 원장은 “팔의 운동 범위 회복, 근력 강화 등의 재활치료는 통상적으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걸린다”며 “수술 6개월 이후에 헬스 같은 가벼운 운동을 시작하고, 1년 정도 지난 후 야구나 테니스, 배드민턴 같은 스포츠를 즐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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