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강산은 변했는데 코스는 그대로… 갈맷길 재정비 시급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오륙도가 훤하게 보이는 부산 남구의 갈맷길. 부산일보DB

부산의 산과 바다, 강 등을 아우르는 지역 대표 탐방로인 ‘갈맷길’이 조성 10여 년을 넘기면서 대대적인 정비와 개편이 필요하다는 모니터링 결과가 나왔다. 혼선을 야기하는 표지판과 안내판 등이 다수 발견되는 것은 물론 주변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발길이 끊기는 구간들도 있다.

부산걷는길연합은 김부민·제대욱 시의원과 함께 지난 21일 부산시의회 회의실에서 ‘보행혁신 부산 어디까지 왔나’라는 제목의 정책포럼를 열고 ‘2021년 부산 갈맷길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모니터링은 부산걷는길연합이 올 2월부터 4월까지 갈맷길 280여㎞ 구간을 직접 완주하면서 작성했다.

‘부산걷는길연합’ 모니터링 결과
유도 사인, 방향 표시 뒤죽박죽
실제 이용 길과 코스 엇갈리기도
‘이용자 중심’ 길 분류 작업 필요

갈맷길 중 노선 조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구간으로 해운대 송정해수욕장~미포,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몰운대와 장림포구 일대, 삼락생태공원 주변, 기장군 이곤천 구간 등이 꼽혔다. 이들은 각각 주변 정비 사업 등이 이뤄졌지만 갈맷길에 반영되지 않아, 탐방로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

기장군 이곤천 구간의 경우 인근에 안전하면서 도심 외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농로와 제방길이 있지만, 현재 갈맷길은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로 이어져 있다. 실제로 갈맷길 이용자 대다수는 농로와 제방길을 이용하고 있는 있다. 장림포구 구간은 이 일대가 ‘부네치아’로 관광상품화가 됐고 덱도 조성됐지만, 갈맷길은 이를 우회해 지나가고 있다.

갈맷길 노선을 알려주는 방향 스티커 등에 대한 관리 문제도 지적됐다. 상현마을, 기장군청 등 3개의 코스가 만나는 지점의 유도사인은 정방향과 역방향이 뒤섞여 혼선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지곡수원지 주변에선 코스의 길이 겹치면서 보는 방향에 따라 정·역방향이 뒤죽박죽이었다. 전봇대나 돌담벼락 등에 마찰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에 유도사인이 붙어 있다 떨어지거나 훼손되는 경우도 곳곳에서 관찰됐다. 코스 지도나 종합안내판, 콜센터 등 체계적인 갈맷길 안내체계가 구축되면 리본 같은 소모성 유도사인이 절반이라로 줄어든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부산걷는길연합 최대현 이사는 “쓰레기가 쌓여 있거나 파손된 사례가 빈번하다”며 “10여 년동안 더 좋은 길이 있지만 노선이 안 바뀌고 있는 건 갈맷길이 행정과 시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운영와 관리 주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갈맷길 관리는 주로 각 기초지자체가 맡고, 시의 자치행정과에서 총괄하는 형태이다. 이 때문에 종합적인 관리가 어렵고, 행정기관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 발제자로 나온 윤문기 남해관광문화재단 바래길 팀장은 “갈맷길은 이용률에 비해 완보를 하고 싶은 동기 부여가 부족하다”며 “이용자 중심으로 코스를 다시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편 갈맷길은 ‘그린웨이’ 의미를 도입해 2009년 조성된 탐방로로, 현재 21개 코스에 280여㎞ 길로 구성돼 있다. 시는 2026년까지 120㎞ 구간을 추가하고 관광상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