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고성군이 부리고 돈은 통영시가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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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고성’이 부리고 ‘돈은 통영’이 챙긴다?

경남 고성군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종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실속은 인근 통영에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내 숙박시설이 부족해 상당수 참가팀이 통영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탓에 제대로 된 낙수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 스포츠 이벤트 적극 유치
숙소 부족해 통영 때아닌 호황
청룡기 축구 참가팀도 외지 유출
이달 착공할 유스호스텔에 기대

23일 고성군에 따르면 지난 15일 개막한 제58회 청룡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에 참가한 40개 팀 중 숙박해야 하는 37개 팀을 대상으로 숙박과 식당 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34%인 14개 팀이 통영에 숙소를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단 규모만 2000여 명에 달하는 이번 대회는 이들이 머무는 동안 창출될 소비 효과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10팀 중 무려 4팀이 타지로 유출되면서 반쪽이 돼 버렸다.

반대로 통영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고성과 가깝고 모텔 등 숙박시설이 밀집한 통영 죽림신도시 해안도로에는 청룡기대회 출전 선수단 버스가 줄지어 섰다. 주변 식당가도 밀려드는 단체팀을 맞느라 분주하다. ‘재주는 고성’이 부리고 ‘돈은 통영’이 챙기는 꼴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당장 내달부터 연말까지 예정된 대회가 50개가 넘는다. 이대로는 지금과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인구 5만 명 남짓한 고성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한 조선 산업마저 장기 불황에 허덕이자 사계절 운동이 가능한 천혜의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했다. 특히 민선 7기 들어 동계 전지 훈련팀과 함께 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9년 전국대회만 21개를 가져왔다. 지난해 코로나19 악재에도 12개 대회를 치러내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는 스포츠산업대상까지 수상했다. 올해도 전국·광역지자체 단위 이벤트 64개를 계획하고 있다. 역도, 당구, 철인3종, 카누 등 비인기 종목까지 품으며 대한민국 스포츠산업을 이끄는 주체가 됐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해양스포츠 포함 100개 대회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열악한 숙박시설 탓에 제대로 된 파급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주요 대회가 치러지는 고성군스포츠파크 인근 숙박업소는 23곳, 객실 수는 498개에 불과하다. 2019년의 경우,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으로 9만 5000여 명의 방문객을 유치했지만, 이 중 2만 8000여 명이 외지로 빠져나갔다.

근본적인 해법을 고심해온 고성군은 이달 첫 삽을 뜰 유스호스텔에 기대에 걸고 있다. 고성읍 신월리 일원에 들어설 유스호스텔은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1700㎡ 규모다. 4동 48실로 한 번에 234명이 숙박할 수 있다. 여기에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회의장)도 들어선다. 각종 스포츠 행사는 물론 국제회의나, 대규모 학술대회도 가능한 호텔급 시설로 밑그림을 그렸다. 2022년 10월 완공, 11월 개장이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동계 전지훈련 기간부터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세계적 건축가 승효상이 실시설계를 맡았다. 이를 위해 작년 8월이던 착공도 미뤄왔다. 총사업비 역시, 애초 170억 원에서 240억 원으로 증액됐다. 그런데도 지방재정 부담은 없다. 고성하이화력발전소 사업자인 고성그린파워(주)가 출연할 상생협력 기금 140억 원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인 발전소주변지역특별지원사업비 100억 원으로 충당한다.

고성군 관계자는 “숙박시설이 부족하면 대회 유치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어렵게 유치한 대회의 지역 경제 유발효과를 극대화시킬 방안을 다방면으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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