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사일 주권에서 백신까지 ‘동맹’ 돋뵌 한·미 정상회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 공조,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협력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3박 5일 방미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내놓은 총평에서 문 대통령 자신도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라고 할 만큼 안보와 백신·경제 협력은 물론이고 원자력, 기후변화, 여성·아동 인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양국이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동맹관계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번 회담 결과가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문 정부 임기 동안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42년 만의 ‘미사일 주권’ 자주국방 기대
판문점 선언 계승·백신 파트너십 구축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돋보인 성과는 42년 만에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기된 것이다. 박정희 정부 말기인 1979년 10월 제정된 미사일 지침은 네 차례에 걸쳐 개정되면서도 미사일 사정거리 800㎞ 제한은 남아 있었다. 이제 중·장거리 미사일은 물론 우주로켓 기술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한국의 ‘미사일 주권 회복’이란 관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하며, 전시작전권 전환을 서두른 한국군 입장에선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처였다. 다만, 이번 합의가 동맹국인 한국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나왔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동력을 확보한 점이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 선언’과 그해 6월 ‘북·미 싱가포르 합의’에 기초해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전임 트럼프 정부 시절의 성과를 지우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더욱이 북한 핵 문제를 총괄하는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성 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때맞춰 임명했다. 이 자리는 4개월간 공석이었다. 성 김의 기용은 북한을 향한 대화 재개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젠 북한이 미국의 접촉 제의와 남북 협력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차례다.

백신 지원 관련해서는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 일환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의 백신 위탁생산 계약 등 4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정상회담 전 가능성이 제기됐던 ‘백신 스와프’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55만 명에게 백신을 직접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국은 백신 공급을 크게 늘려서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기는 데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한·미 관계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산업동맹 수준으로 확대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포괄적 협력이 한·미 동맹의 새 장을 열어 가길 기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