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행복하지 않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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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매년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에 즈음해 국가행복지수를 발표한다. 올해 발표된 한국의 점수는 10점 만점에 5.793점. 조사 대상 95개국 중 50위였다. 그와는 별도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 국가행복지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끼리 비교했다. 2018~2020년 3년간 평균을 낸 순위를 지난 19일 공개했는데, 한국은 OECD 37개국 중 35위였다. 1위는 핀란드였다.

꿀릴 게 없을 대한민국인데, 무엇이 핀란드보다 못한 걸까. SDSN의 국가행복지수는 국내총생산(GDP)이나 기대수명 등 여러 지표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다. 그중에 ‘사회적 지원’이나 ‘부패 인식’이 있다. 사회적 지원은 공동체의 배려, 부패 인식은 청렴도와 관계된다. 핀란드의 경제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으나 그 국민은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린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넘는다. 그러면서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하는 국가 청렴도에서는 매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믿을 수 있는 국가 시스템 안에서 적당히 풍요를 누리니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의 신경제재단(NEF)에서도 국가행복지수를 발표한다. 수년 전 부탄이 NEF의 국가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부탄은 히말라야 동쪽 끝의 작고 가난한 나라다. 하지만 부탄은 국정 지표로서 GDP보다 국민총행복(GNH)을 더 중시한다. GNH는 나라가 책임지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며 부탄이 독자적으로 만든 국정 가치다.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행복 없이는 당신의 행복도 없다”는 공동체 개념이다. 그래서 대부분 가난하지만 거지는 없다. 국가와 사회가 소외와 차별을 최대한 배제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왜 한국의 행복지수가 낙제점인지 충분히 짐작된다. 잘살고 못사는 게 행복의 절대 기준이 아니다. 소외와 차별, 즉 불평등이 없어야 국민은 행복하다. ‘저 인간은 놀면서도 잘만 사는데 나만 개고생한다’거나 ‘저 사람은 저리 잘나가는데 나는 뭐 하고 있나’는 인식이 팽배한 나라의 사람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에선 정치인이고 공직자고 가리지 않고 힘 있고 돈 있다는 사람은 너나없이 개발 정보를 이용해 투기판을 벌인다. 이를 지켜보는 힘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억장이 무너진다. 행복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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