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실질적 감정 줄어… 지금은 내공 쌓기에 더 좋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현주 문화재감정위원

“코로나19로 인해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일본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크게 줄었죠. 하지만, 화물이나 미술품은 계속 나가기 때문에 여전히 문화재 감정은 진행되고 있고, 그중에서도 ‘국외 반출 문화재 사전예약 감정제’ 활용은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문화재청 산하 부산항 문화재감정관실 이현주 문화재감정위원은 “코로나19로 일본 가는 여행객들이 줄어 감정할 일이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공방·작업장 등 방문 ‘전문성’ 키워
공예기술 장인 발굴 공로 부산문화대상
논문형 저서 이어 일반인 위한 책 준비

이 위원이 있는 곳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3층 문화재감정관실. 옆에는 국제선 출국장이 있다. 감정위원들은 일본발 국제여객선 탑승객이 있는 동안은 감정관실을 비우지 않는다. 언제든 문화재로 의심되는 물건이 발견되면, 출국장 검색대로 달려가 감정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감정은 현실적으로 줄었으나, 예약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감정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에 곧바로 대처할 능력과 역량을 키우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해 늘 공부해야 합니다.” 이 위원은 지금이 감정위원으로서 ‘내공 쌓기’에 더없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방이나 작업장 등 현장 방문도 빼놓지 않는다. 현장만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공부가 없기 때문이다.

이 위원은 부산·경남 지역 문화재위원도 맡고 있다. 그래서 부산시나 경남도에서 요청하는 문화재 조사나 지정 등을 하러 갈 때가 많다. 하지만 가급적이면 문화재감정관실에 출근하지 않는 날 몸을 빼야 해 늘 바쁘다.

이 위원은 손사래를 쳤지만, 대외적으로 연구·공부하는 감정위원으로 유명하다. 이 위원은 지난해 <좌천동 가구거리와 자개골목>이란 책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1970·80년대에는 부산 동구 좌천동이 통영보다 더한 나전칠기 메카라는 사실을 부산시민에게 알게 해 준 것으로, 깊이 있는 채집과 기록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위원은 부산에서 평생을 사셨던 분들과 만나 대화하고, 그분들이 평생 살아온 삶을 직접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책을 쓰면서 부산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이를테면 타자적 감정이 아니라. 부산을 좀 더 뚜렷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기억이미지로서의 동래지역 임진전란도’(2010년)라는 논문을 통해 옛날의 변박이 ‘동래부순절도’와 ‘부산진순절도’를 세트로 그렸듯이 변곤의 ‘동래부순절도’와 동일시기에 제작된 이시눌의 ‘임진전란도’는 한 세트로 제작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입증해 학회로부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위원의 관심 분야는 다양하다. 영도의 대한도기, 변관식의 도자기 그림, 피란수도 부산 등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한 궤, 한 축이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열정은 직접 펴낸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좌천동 가구거리와 자개골목> 외에도 <파고 깎는 새김의 다듬새-한국전각예술론>(2014년), <조선후기 경상도지역 화원 연구>(2016년)가 있다. 공동 저서까지 합하면 무려 20권에 이른다. 올해도 <피란수도 부산의 길과 기억>이 출간될 예정이다. 부산에 존재하는 조선시대 회화작품을 다룬 <조선시대 부산의 그림 따라 보기와 걷기>라는 책도 집필 중이다. 이 위원은 “책을 쓰면서 완전하게 그 분야에 대해 많은 걸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그동안 논문 성격의 책을 많이 써 왔는데, 이제는 일반인도 공감할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이 위원은 무형문화재 전통 공예 기술 장인들을 발굴해 조사·연구한 공로로 제22회 부산문화대상(문화예술부문)을 받기도 했다.

글·사진=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