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G 폐지·보장수익률 변경’ 재협약 통해 ‘시민 부담’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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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의 늪- 유료道市 부산] ③ ‘민자의 유혹’ 벗어나려면

민자 운영사가 폭리를 취하는 ‘민자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재협약 수준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년간 통행료 수입 8618억 원을 거둬들인 거가대교. 부산일보 DB

부산 7개 민자 유료도로의 운영 행태는 '시민을 담보로 한 폭리 운영'으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통행료와 시 보조금이라는 이름의 막대한 ‘후불 건설비’를 부담하는 ‘민자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잘못 끼운 첫 단추’부터 다시 고치는 실시협약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상보다 적은 차량 통행량 제시
요금 산출 구조 다시 손질해야
운영 기한 얼마 남지 않은 터널
조기 인수하면 장기적으론 유리
운영사와 제대로 된 협상 위해
시 관련 부서 전문성도 키워야

■재협상 넘어 구조 뜯어고쳐야

부산시는 산성터널, 천마산터널, 거가대교 등 일부 유료도로에 대해 실시협약 변경을 추진 중이다. 시가 계획 중인 실시협약 변경의 핵심은 운영사의 이자를 낮추는 방식의 재구조화다. 운영사가 금융권에서 최대 20%에 달하는 고리로 자금을 조달한 만큼 금융 이자를 저금리로 낮추고 발생 이익을 부산시와 운영사가 공유하는 것이다.

사회기반시설에대한 민간투자법(민투법)에 따르면 금리 변경에 따른 차익은 운영사와 지자체가 절반으로 나눈다. 시는 저금리 상품으로 전환하면 운영사도 이익을 챙기게 돼 협상도 수월하게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의 재구조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반쪽짜리 재협상’이라고 비판한다. 세금으로 투입되는 시 지원금 비중은 낮췄지만 시민들의 요금 부담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개 유료도로(부산항대교, 수정터널, 백양터널)에 존재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없애고 10%에 달하는 높은 보장수익률을 변경해 요금 산출 구조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협약의 근거는 예상통행량의 70%대에 머무는 실제통행량이 꼽힌다. 예상보다 통행량이 적은 만큼 ‘예상통행량 기준으로 책정된 운영비, 보장수익률이 과하게 측정됐다’는 논리 구조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백양터널, 수정터널의 조기 인수 필요성도 제기된다. 조기 인수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세금이 더 투입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민 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과거 제2만덕터널이나 구덕터널을 시가 조기 인수해 시민 요금 부담을 낮춘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



■잠든 행정력, 제도 깨워야

부산시 유료도로 관련 부서의 전문성 강화도 ‘민자의 늪’ 탈출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철저히 이윤을 추구하는 민자 운영사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협상에 필요한 교통량 산정, 향후 보조금 지급 예상액 산출 등에는 전문인력이 필요한데 시에는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통상 부산시는 외부기관이나 시 산하 공공투자센터를 통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민자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협상에서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력 전문성 강화는 관리 감독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시는 지난 3년간 민자도로에 행정처분을 내린 사례가 없다. 민자도로의 운영 내역 실태를 면밀히 살펴보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민간운영사에 대한 견제는 행정처분이 유일한 상황에서 사실상 운영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전무했다고 볼 수 있다.

현행 유료도로법은 ‘중대한 사정변경 또는 민자도로사업자의 위법한 행위 등이 발생할 경우 민자도로 사업자에게 그 사유를 소명하거나 해소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산시에도 ‘부산광역시 민자도로 유지·관리 및 실시협약 변경 등에 관한 조례’가 있지만 시는 “민간도로의 관리 영역에 행정처분이 사실상 쉽지 않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영산대학교 드론교통공학과 최양원 교수는 “운영사와 재협약을 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시민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탁경륜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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