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13명, 국가 상대 첫 손배소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의 무죄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검찰이 제기한 비상상고가 기각된 지 두 달 만이다. 이번 소송은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제기된 첫 국가배상 소송이다.
84억 규모 국가배상 소송 제기
피해자 추가해 2차 소송도 예고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소속 13명은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총 84억 원 규모의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률대리인인 안창근 변호사(법무법인 동원)는 “원고들은 공무원들에게 수년간 인권 탄압과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국가배상법을 근거로 국가에 책임을 묻고자 소송에 나섰다”고 밝혔다. 안 변호사는 “다른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도 배상의 길이 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이향직 대표는 “끝없이 삐걱대는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피해자들을 추가 모집해 2차 소송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이번 소송에 나선 것은 올 3월 11일 대법원이 박 전 원장에 대한 비상상고 청구를 기각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은 특수감금 혐의로 기소됐지만 1989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박 전 원장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비상상고를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을 위반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대법원은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해 국가가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무죄로 정한 원심을 파기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들은 “대법원의 판단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판단에 동요하지 않고 향후 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형제복지원 사건은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호 사건으로 접수해 진상규명 작업이 진행 중이다.
김한수 기자 han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