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며 맡던 PK ‘시·도당위원장’, 이번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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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오른쪽) 전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PK) 시·도당위원장의 몸값이 계속 치솟고 있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20년 만에 대선과 지선이 같은 해에 실시되는 만큼 차기 부울경 시·도당위원장은 ‘역대급 파워’를 과시할 가능성이 높다. 2002년에 지선(6월)과 대선(12월)이 같은 해에 실시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차기 PK 시·도당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치열한 세대결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국민의힘 부울경 시·도당위원장은 ‘제2의 유흥수’ 역할이 예상된다. 2002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부산시당위원장이었던 유흥수 의원은 4선 중진으로, 전국 시·도당 선대위원장으로 꾸려진 이회창 대선 후보 핵심 측근 그룹 ‘함덕회’에 소속돼 막강 파워를 과시했다.

국민의힘 6월 중순 차기 위원장 선출
내년 지선·대선 지휘 ‘역대급 파워’
기초단체장·지방의원 공천도 주도
몸값 치솟아 벌써부터 물밑 신경전
고사하던 의원들도 “기회되면 맡겠다”

이번에 선출되는 시·도당위원장은 오는 12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권역별 경선을 총괄 관리하고, 내년 대선(3월 9일)과 지선(6월 1일)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더욱이 부울경 시·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기초단체장과 지방(광역·기초)의원 후보 공천을 주도하고,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일각에서 “유흥수 위원장을 능가하는 힘을 가질 것”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현재까지 차기 PK 시·도당위원장 선출과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일부 중진은 “지금 그런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을 아낀다. 하지만 다음 달 11일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된 뒤 후임 시·도당위원장 인선 작업이 본격화되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부산시당위원장 자리를 극도로 거부했던 일부 중진들도 “기회가 되면 맡겠다”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벌써부터 물밑 신경전이 포착되기도 한다. 차기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유력한 김도읍·장제원 의원 측은 “현 위원장(하태경)이 빨리 자리를 마련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부산시당 차원의 직간접 논의는 없다. 여기에 부산 정가에선 “조경태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서 떨어지면 시당위원장을 맡으려 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고, 몇몇 인사는 “경험이 풍부한 서병수 의원을 시당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탈당파와 잔류파 간 세대결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는 25일 부산시와 부산시당 간 당정회의 직후 이와 관련된 별도의 의견교환이 있을지 주목된다.

울산과 경남 지역 시·도당위원장 인선은 내년 울산시장과 경남도지사 공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울산에선 서범수 현 위원장 후임으로 이채익(3선) 박성민(초선) 의원이 유력하지만 세 사람 모두 차기 울산시장 후보들이다. 게다가 울산 정치권의 좌장 격인 김기현 원내대표가 “두 개의 당직을 동시에 가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따라서 세 사람 중 울산시장 출마를 포기하는 사람이 울산시당 위원장을 맡거나 울산 동구청장 출신인 권명호(초선) 의원에게 넘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경남에서도 재선인 박완수 이달곤 의원이 물망에 올라 있지만 두 사람은 각각 경남도지사와 창원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경남도지사 출마 예정자들이 자신과 가까운 인사를 경남도당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다방면의 시도를 펼칠 태세다. 무엇보다 경남 정치권 내부의 권력다툼을 중재할 세력도 없는 상태다. 김경수 현 지사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이 다음 달 중에 내려질 경우 경남도당위원장 인선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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