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대권 도전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던 최 원장이 20일 정치권의 ‘러브콜’에 대해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고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으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주호영 의원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당 밖의 유력 주자들에게 문을 활짝 열겠다”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윤 전 총장과 함께 최 원장을 동시에 거론했다. 주 의원의 거명으로 갑자기 대권 레이스에 ‘소환’된 셈이지만, 야권 내에는 일찌감치 최 원장을 ‘필승 카드’로 눈여겨봤다는 사람이 꽤 있다.

주호영 ‘유력주자 중 한 명’ 언급
윤석열 등판 지연 속 국힘 주목
PK 출신·인생 스토리 강점 꼽혀

대표적인 사람이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다. 정 전 의장의 한 측근은 “정 전 의장은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를 국민 통합으로 보고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최 원장과 같이 실력과 함께 품격을 갖춘 인물이 보수 후보로서 적임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얼마 전 최 원장에게 직접 연락해 대화를 나눈 뒤 이런 생각을 더 굳혔고, 주변에 최재형 필승론을 강하게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서 최 원장에 대한 호평이 주를 이루는 배경에는 40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사회적 약자·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한 법조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다 감사원장 취임 후에는 월성원전 1호기 감사 등에서 여권과 대립각을 불사하는 강단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또 다리가 불편한 사법연수원 동료를 업어서 출퇴근시키고, 두 아들을 입양한 ‘인생 스토리’와 함께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대권의 무게추인 PK(부산·울산·경남) 출신인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최 원장의 갑작스러운 등장에는 야권의 위기감도 한몫을 차지한다. 현재 국민의힘 잠룡들로 꼽히는 이들의 지지율 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전 총장의 등판마저 지연되면서 선택지를 넓힐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야권의 ‘제3 주자’로 언급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