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난폭’ 원인은 ‘빠듯한 운행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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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7시 30분 부산진역 앞에서 81번 시내버스를 탄 김 모(47) 씨는 버스에 오르자마자 버스가 출발하는 바람에 넘어질 뻔했다. 이 버스는 김 씨의 목적지인 연지동까지 가는 내내 급출발과 급정거, 과속을 반복했다. 김 씨는 한 달 전에는 반대의 경험을 했다. 비슷한 노선의 103번 시내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계속 거북이 운행을 하는 것이었다. 서면교차로를 통과하기에 충분했는데도 이 버스는 교차로를 지나지 않은 채 정지선에 그냥 서 버렸다. 항의하는 김 씨에게 해당 버스 기사는 “버스 배차 간격이 남아서 천천히 가는 것”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다음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10명 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 버스에 올랐다.

부산시 준공영제 도입 14년째
승객 서비스 질 나아지지 않아
버스노조 ‘실태조사’ 기자회견
“배차 시간표 10년 전 그대로
도로 환경 달라진 만큼 조정을”

부산시가 시내버스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14년이 지났지만 난폭 운전이나 정시 운행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은 여전하다. 버스기사들은 운행 시간을 현실화해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민주버스본부 부산경남지부(이하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업체 측의 무리한 배차가 버스기사와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조는 지난달 버스기사 8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7.8%는 운행 중 사고를 겪은 바 있다고 답했다. 이 중 87%는 버스 승하차 및 버스 운행 중 발생했다. 승하차시 승객이 넘어지는 등의 안전사고가 빈번했다.

실제 2019년 서비스 평가 시민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도 5개 항목 중 안전운행(8.59점) 부분은 친절도(8.56점)에 이어 2번 째로 낮았다. 25점 만점인 서비스 평가에서도 안전관리(21.6점) 부분은 차량관리(24.9) 보다 낮게 평가됐다.

일선의 버스기사들은 잦은 배차, 과도한 업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무리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다며 부산시와 버스업체 측에 업무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7년째 버스 운행을 하는 박 모 씨는 이날 집회에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배차 시간표는 10년도 전에 만들어져 현재와 도로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정시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신호 위반을 하면서까지 달려야 할 정도로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시가 버스준공영제를 통해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재정지원금은 2007년 313억 원에서 올해 1870억으로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버스기사와 승객들의 불만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버스회사에 지원된 재정지원금은 약 1조 6900억 원이다.

부산시 버스운영과 정진우 버스행정팀장은 “버스준공영제는 수입이 나지 않는 노선을 운영해 교통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됐다”며 “노동자 처우 개선, 시민의 버스 서비스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업체와 협의를 진행해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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