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업체 “일 늘어도 원가 부담에 수익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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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역 제조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산단 전경. 부산일보DB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면서 부산 지역 제조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업종 기업은 업황 회복으로 일이 늘어났지만 원자재 비용 부담으로 수익이 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대표 제조 기업 10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지역 제조업 영향에 대한 긴급 모니터링’ 결과 확인됐다.

부산상의, 100곳 대상 모니터링
자동차부품·조선 하도급 업체들
철광석·원유·구리 등 가격 폭등
고스란히 떠안아 적자 불가피
관세 인하 등 맞춤형 지원 필요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업 대부분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A사는 “매출 원가가 제품 가격의 60% 미만이 유지돼야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 최근 매출원가가 최대 65%까지 올라 수익이 전혀 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조선 업종에서는 물량이 늘어도 손해가 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올 1월 새롭게 수주를 따낸 중소 조선사인 B사는 후판 가격 인상으로 신조 수주가 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조선기자재 생산 기업 C사 역시 “철강 가격이 크게 뛰어 비용 부담이 커졌고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80억~100억 원의 적자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제조업 원자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의 경우 지난해 5월 1t당 91.63달러였으나 올해 5월 13일 현재 무려 159.3%가 오른 237.5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원유 역시 두바이유 기준으로 이 기간에 무려 149.0% 급등했으며 구리와 알루미늄도 각각 96.7%, 68.3% 뛰었다. 이들 원자재는 자동차나 조선업에 속하는 지역 제조업체 대부분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원자재들이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 뛰어도 지역 제조 기업들은 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대기업 등에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D사의 경우 “차종별, 아이템별로 이뤄지는 계약 관행상 최초 공급 가격이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실상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집진기를 생산하는 E사도 “계약 후 납기까지 통상 2~6개월 소요되고 있는데 6개월 전 계약 물량은 사실상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계, 조립금속, 조선기자재 등 철강을 원자재로 하는 업종에서 원자재 수급 애로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부품 기업 F사는 물량이 늘어도 수익은 없고 일만 많아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선박용 실린더 제조 기업인 G사 같은 경우는 중국산 원자재를 주로 사용했는데 원자재 가격 부담 때문에 아예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거래 관계가 취약한 지역 제조업 구조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의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어 원부자재 수입관세 인하, 원자재 구매 금융 지원 확대 등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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