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비 지원 ‘하늘의 별 따기’, 민자 늪에 빠진 부산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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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운영되는 7개 민자도로의 수익 규모를 보면 가위 ‘시민 착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시민 혈세 3조 원이 나갔고 현재대로라면 2050년까지 운영사가 챙겨 가는 또 다른 이윤이 2조 4000억 원에 달한다. 부산은 유난히 산이 많고 강과 바다를 끼고 있는 지형 때문에 터널이나 다리를 많이 필요로 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열악한 사정을 딛고 교통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 부산으로서는 앞으로 짊어져야 할 짐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향후 승학·대티·반송 터널을 비롯한 무수한 도로들이 건립을 예정하고 있는 까닭이다. 막대한 건설비가 필요한 공사들인데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또다시 민자의 늪에 허우적댈 수 있다.

부산시 국비 확보 전략 다각화할 필요
정부, 비수도권 SOC 구축 적극 지원을

교통량과 물동량이 많은 부산에는 터널이나 배후도로가 많지만 교통 혼잡도로로 지정되지 못해 국비 지원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정부는 대도시권 교통 혼잡도로를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대상 사업을 선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지정되면 설계비 100%와 공사비의 절반을 국가가 지원한다. 최대한 많은 사업이 국비 지원 대상에 선정되도록 부산시가 온힘을 다 쏟아야 하는 것은 획기적인 교통 환경 개선과 함께 시민 부담 절감을 이뤄 내기 위한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가 항만배후도로사업 같은 여타의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국비 신청 전략을 다각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민자도로 운영사로부터 ‘대수술’ 수준의 재협상을 끌어내는 데 근본 해법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항대교, 수정터널, 백양터널 등 3개 유료도로에 남아 있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적용을 없애고, 예상 통행량 대비 실제 통행량의 데이터를 근거로 각 민자도로 통행료 산출 방식을 획기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 통행량과 차이가 나는 도로에 대해 통행수입 보장 기준을 높이는 협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운영 종료가 임박한 터널들의 경우 부산시가 조기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적 분쟁 운운하며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시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행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실 민자 사업이 시민의 목을 옥죄는 열악한 지역 현실을 나 몰라라 하는 정부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수도권 인프라 구축에는 수조~수십조 원 규모의 막대한 국비를 서슴없이 투입하면서 지역에 대한 투자에는 너무나 인색하다. 당당한 중앙정부라면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하면서 지역에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지원에 적극 나서는 것이 도리다. 정부가 획일적인 지원 기준을 넘어 지역 각각의 사정에 맞춤한 정책을 펼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복잡다단한 현실을 고려하면 터널과 교량과 같은 SOC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그 어느 곳보다 필요한 지역이 바로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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