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CC 부산 허브’ 난기류, 항공정책부터 분명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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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본사 부산 유치가 난기류에 빠져든 모양새다. 이러다 자칫 ‘동북아 LCC 허브 부산’이라는 부산 시민의 꿈이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대한항공이 향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두 항공사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 3사도 통합돼 동북아 최대 LCC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통합 LCC 본사를 어디에 둘 것이냐인데, 여기에 대해 대한항공은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던 지난 3월 말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본사 위치 운운은 이르다”며 모호한 입장을 밝혔는데,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상황은 한 발짝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통합 LCC 본사 위치 모르쇠 일관
지역균형발전 명분 잊지 말아야

실제로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계획안(PMI)에도 통합 LCC 본사 입지에 대한 유의미한 사항은 없다고 한다. 심지어 LCC 3사를 어떻게 통합할지 그 방식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대한항공 내부적으로는 한진칼 산하에 두는 방안이 적극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은 인천공항 중심의 영업망을 갖고 있는 진에어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요컨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본사 위치 확정을 자꾸 미루면서 한진칼로 흡수되는 통합 방식을 거론하는 건 결국 부산이 아니라 인천을 중심으로 통합 LCC를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것이다. 부산으로선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한항공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항공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특히 국토교통부의 태도는 더 큰 문제다. 국토부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탄생하는 FSC(대형항공사)는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통합 LCC는 지방 공항을 기반으로 영업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통합 LCC 본사를 지방, 특히 부산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대한항공에 대해선 제재는 고사하고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당초 국토부가 LCC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지방의 세컨드 허브 공항 구축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의지가 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통합 LCC 본사의 지방 유치는 단순히 경제성의 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문제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지방의 몰락은 가속화하고 있다. 침체된 지방의 경제를 살리는 일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나라 전체의 건전한 성장에도 필수적인 사안이다. 현재 LCC 3사 중 지방에 본사를 둔 곳은 에어부산밖에 없다. 따라서 통합 LCC 본사는 부산에 오는 게 순리다. 만에 하나 국토부가 이를 무시하고 통합 LCC 본사로 인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는 안 될 일이다. 국토부가 ‘수도권 이익만 챙기는 항공 마피아’라는 꼬리표를 떼려면 지역에 기반한 항공정책을 다시금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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