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지구에 버려지는 음식물 1인당 연간 121kg… 한쪽에선 6억 9000만 명 굶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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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식량낭비지수보고서 2021’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는 무려 9억 3000만t에 이른다고 한다. 1인당 연간 121kg이다.

해마다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전체 식량의 17%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버려진 음식물을 40t 트럭으로 환산하면 무려 2300만대 분이다. 트럭을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일곱 바퀴 돌고도 남는 양이다.

UNEP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심각했다. 중국이 9164만t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가 6876만t으로 뒤를 이었다. 미국은 1935만t, 일본은 816만t으로 3, 4위를 기록했다. 5~10위는 독일, 프랑스, 영국, 러시아, 스페인, 호주였다. 대부분 선진국이 상위권에 든 이유는 음식물 쓰레기 정보가 체계화돼 있기 때문이다. 후진국의 경우 자료 자체가 부족하다.

가장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곳은 가정이었다. 총 5억 6900만t으로 전체의 61%에 이르렀다. 음식물 제공업체나 소매업체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각각 26%와 13%였다. 1인당 음식물 쓰레기 121kg 가운데 가정에서 발생하는 게 무려 74kg이나 된다.

우리나라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570만t 정도다. UNEP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굳이 순위를 따지자면 세계 5~6위에 해당한다.

정부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분리수거 등을 통해 쓰레기 줄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100%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해마다 3% 정도씩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UNEP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는 식량 공급 불균형, 환경 파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인간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2019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6억 9000만 명이 기근에 시달렸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30억 명이 적당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기근에 시달리는 인구는 해마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쪽에서는 버리는 음식이 넘쳐나는데 다른 쪽에서는 그마저도 없어 굶주린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이대로 놔둘 경우 해마다 8~10% 온실가스 발생량을 늘리는 효과를 낸다. 식량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에너지를 그만큼 더 써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는 단순한 폐기물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생존과 연관된 일인 것이다.

UNEP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식량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비율을 12.3%로 낮추는 목표를 세웠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목표 연도를 9년 앞두고 목표 달성 전망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지구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여기에 대한 공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남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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