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15. TV·전화기·라디오로 역사적 인물 재현, 백남준 ‘김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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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1932~2006)은 ‘비디오 아트’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한국 전위예술가이다. 그는 일본 도쿄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는 미술사와 건축, 음악학을 함께 공부하며 자신의 예술관을 ‘실험성이 강한 미술’로 정립했다.

1950년대부터 비디오 아트와 음악을 혼합한 퍼포먼스 작업을 해왔으며, 1963년 독일에서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이라는 타이틀의 첫 개인전을 열었다. 첫 개인전 개최 1년 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비디오와 음악, 전자 등을 결합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개진하면서 더욱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기술과 인간의 만남을 비디오 조각이나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주는 백남준은 “나는 기계에 대한 저항으로 기계를 사용한다”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작품을 ‘살아 있는 조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TV 모니터와 여러 오브제를 이용하여 인물을 형상화하는 조각을 만들었다. 찰리 채플린, 마릴린 먼로, 선덕여왕, 칭기즈칸, 데카르트 등 예술가 혹은 역사적 인물들을 제작해 현대 혹은 미래의 인간상을 표현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김유신’(1992)은 말을 타고 있는 김유신 장군의 모습을 구형 TV, 전화기, 라디오 등의 통신매체로 형상화한 것이다. 머리 부분을 구성하는 2개의 작은 TV 모니터에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편집한 영상이 반복적으로 상영된다. TV의 안테나선은 마치 김유신이 말 위에 올라 창을 휘두르는 모습처럼 연출되어 있다.

백남준은 기술과 인간, 문명의 조화,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비디오 조각을 통해 표현해왔다. 작가가 인물상을 형상화한 것을 볼 때 문명과 인간의 공존을 중요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백남준은 과학과 예술, 문명과 자연, 동서양의 문물, 인간 모든 분야를 작품으로 다루었다. 비디오 조각을 통해 백남준이 과학 기술과 인간이 조화로울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하였으며, 기계문명에 의한 인간성의 상실을 비판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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