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07. ‘당신’은 누구시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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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에게 “야!” “어디서 지금 감히!”라고 소리쳐 논란이 일었다. 속사정이 무엇이든 동료의원에게 저렇게 반말로 소리친 것은 잘못이다. 항상 “존경하는”을 접두사처럼 다른 국회의원 이름 앞에 붙이던 습관대로, 나이와 소속 정당을 떠나 품격 있게 서로 존중해야 한다. 시민들이 대신해서 국회로 보낸 대표들이 아닌가. 한데, 저 ‘속사정’은 좀 톺아볼 필요가 있다. 아래는 언론에 보도된 당시 대화 내용.

-홍기원 민주당 의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외교행낭을 이용한 게 아닙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그러면 해수부 장관 후보자가 왜 사퇴한 겁니까.

-문정복 민주당 의원: 그건 (박 후보자)당신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 같으니까….

-류호정 정의당 의원: 당신?

-문정복: 야!

그러니까, 류호정 의원 역시 반말을 한 셈인데 그건 그렇다 치고, 문제는, 류 의원이 말뜻을 잘 몰랐던 데 있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당신: ①듣는 이를 가리키는 이인칭 대명사. 하오할 자리에 쓴다.(이 일을 한 사람이 당신이오?) ②부부 사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당신의 아내 보냄./당신, 요즘 직장에서 피곤하시죠?/당신에게 좋은 남편이 되도록 노력하겠소.) ③문어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당신이 꼭 알아야 할 사실들./당신의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④맞서 싸울 때 상대편을 낮잡아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뭐? 당신? 누구한테 당신이야./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⑤‘자기’를 아주 높여 이르는 말.(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당신의 장서를 소중히 다루셨다./아버지는 당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도 강자가 약자를 능멸하는….)

당신에는 이처럼 2인칭으로 4가지, 3인칭으로 한 가지 뜻이 있다. 놀랍게도, 이 가운데 ③번은 추가된 지 얼마 안 된 뜻풀이.

하여튼 이런 뜻풀이로 보자면, 문정복 의원이 3인칭 극존칭인 ‘⑤번 당신’을 썼는데, 류호정 의원이 2인칭 ‘④번 당신’으로 알아듣고 “당신?”이라며 끼어든 상황으로 보인다. 한데, 이걸 말뜻을 잘못 알아 벌어진 한바탕 소극이라며 넘기기엔 뒷맛이 좀 개운치 않다. 문 의원이 조곤조곤 ‘‘당신이’는 ‘자기가’의 높임말’이라고 설명했더라면, 류 의원이 ‘그런 뜻인 줄 몰랐다’고 바로 수긍했더라면 저런 소란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 의회(議會)나 의원(議員)에서 ‘議’는, 의논한다는 뜻인데….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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