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길고양이와 캣맘…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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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헌 펫로스케어 대표

필자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운영하며 수많은 이별을 마주한다. 그 중에서도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캣맘, 캣대디들도 자주 만나는데 이들을 통틀어 캣맘이라고 표현한다.

길냥이들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집행에 있어서 주민들의 찬반 논리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로 인해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은 오롯이 캣맘들이 채우고 있다. 캣맘들을 만나보면 넉넉하지 않은 생활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사료와 간식을 마련해 활동하는 분들이 제법 많다. 캣맘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길냥이들을 내다본다. 특히 폭우나 태풍, 열대야나 한파가 오는 시기가 되면 걱정은 커진다. 길냥이들 끼니 걱정에 개인적인 여행은 엄두도 못 낸다.

길냥이들이 생을 마감한 후 사체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그들을 정성스레 돌보던 캣맘들이다. 캣맘들은 사체를 발견하게 되면 어쩔 줄 몰라서 힘들어한다. 더운 여름, 추운 겨울 길냥이들을 길바닥에 그대로 방치할 수 없고, 차마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릴 수도 없어 지자체에 신고하면 수거해 결국 폐기물로 단체 소각하게 된다. 캣맘들이 길냥이들에게 가장 미안함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례식장에서 길냥이들을 위한 장례를 치르려고 해도 화장 절차를 거치는 비용이 캣맘들에게 부담일 수 있기에 필자는 길냥이 무료 화장을 실시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장례식장을 방문해 주는 캣맘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드릴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캣맘들은 작은 위로를 뒤로한 채 다시 길 위로 나서서 길냥이들의 끼니를 챙길 것이며, 풍파를 함께할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끼니가 지니는 무거운 의미를 알고 있다. 다가올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삶의 의미이고,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 중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 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단지 생명을 부여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살아내야 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숙명 앞에서 길 위의 삶의 동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 위로를 받는지도 모른다. 삶의 동지로서 서로에게 삶의 의미를 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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