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동구 ‘북항 영토분쟁’ 장기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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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부산 북항 핵심시설의 관할을 중구로 결정(부산일보 5월 18일 자 1면 등 보도)했지만 중구와 동구의 ‘영토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행정구역 확정으로 북항 매립지 경계 측량과 지번 부여 등이 계획된 상황에서 동구가 행정소송 카드를 꺼내 들자 부산시가 다급히 중재에 나섰다.

18일 부산 동구청은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이하 중분위)의 결정문이 송부되는 대로 대법원에 ‘경계안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즉각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중분위는 ‘영주고가교를 기점으로 북항 매립지 행정구역 경계를 긋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구 “대법 행정소송 불사” 반발
소송 땐 수년간 행정력 낭비 우려
평택·당진항 분쟁 6년 만에 결론
부산시 “합리적 중재 방안 검토”

이 경계안에는 중구청과 부산항만공사(BPA), 부산시가 뜻을 같이 했다. 동구청은 줄곧 육상 지적경계에 따라 북항 매립지를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중분위는 ‘중구청 측 경계안이 중앙 기준에 부합한다’며 중구청 손을 들어줬다.

이 결정으로 북항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와 IT영상전시지구 4곳 중 2곳이 중구청의 품에 안겼다. 특히 중분위 위원들은 최종 심의에서 만장일치로 중구청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중분위 결정에 반발한 동구청이 대법원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취하자 부산시청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중분위 결정을 불복하고 대법원으로 가겠다는 건 ‘영토분쟁’의 장기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대법원이 행정 경계구역과 관련한 중분위 결정을 뒤집은 사례는 없다. 중분위에서 이견 없이 최종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항 개발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북항을 관할하는 두 지자체가 수년이 걸리는 소송에 행정력을 낭비할 가능성도 크다.

부산시 행정자치국 관계자는 “행정구역 확정으로 북항 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며, 행정경계 문제로 그동안 북항 내 지구에 대한 별도의 지번 부여를 받지 못했던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법원 제소가 이뤄진다 해도 확정 경계구역이 유지돼 북항 재개발 사업이 큰 차질을 빚지는 않겠지만, 부산시의 역점 사업인 북항 매립지를 관할로 둔 두 지자체가 갈등을 빚지 않고 합심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중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중분위에서 이뤄진 지자체 간 행정 경계구역 조정 분쟁만 52건에 달한다. 5년 넘게 조정과 소송을 거친 지자체 민원도 10건 가까이 된다. 동구청이 대법원에 제소할 경우 이번 안건은 평택·당진항 앞바다 매립지 관할 분쟁과 유사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중분위는 평택·당진항신생 매립지 96만여㎡ 중 67만㎡는 평택시 관할로, 28만㎡는 당진시 관할로 결정했다. 당시 충남도와 당진시는 중분위 결정에 반발해 대법원에 제소했으며, 결과는 무려 6년 만인 올 초에 나왔다. 대법원은 ‘평택시 귀속 결정에 대한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 중분위 결정이 유지됐다.

동구청은 행정소송이 북항 재개발 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법적 자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동구는 그간 육상 지적경계선을 북항 매립지 경계 구역 분할 근거로 내세웠는데, 대법원을 통하면 승소 가능성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단 중분위 결정에 따라 정해진 행정구역대로 북항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것이고, 법적 다툼이 사업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인 만큼 대법원 소송을 통해 다퉈 볼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변은샘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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