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모르쇠 전략에 ‘LCC 부산 허브’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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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저비용항공사(LCC) 본사 부산 유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이 LCC 본사 입지에 대해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데다 국토교통부도 ‘LCC 지방 허브’에 대해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엔진 정비 등 ‘돈이 되는’ 사업에는 통합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적자 행진’이 계속되는 LCC에 대해선 경영지원 등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정비 등 돈 되는 사업에만 속도
아시아나항공 통합계획에도 뒷전
LCC 통합 본사 입지 ‘안갯속’
적자행진 에어부산 지원도 뒷짐
지연전술에 市도 구체전략 못 세워


대한항공이 LCC 통합에 대해 밝힌 공식적인 입장은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해 하나의 항공사로 만든다”는 계획이 전부다. 통합 LCC가 지배구조상 대한항공 자회사가 될지, 형제회사가 될지도 결정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통합 LCC 본사 입지에 대해서도 “위치를 말하기 이른 감이 있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산업은행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계획안(PMI, Post Merger Intergration)에도 LCC 통합 본사 입지는 주요 사안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으로부터 PMI 자료를 보고받은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공정거래법상 제한’ 등의 문제를 들어 LCC 통합 방식도 ‘유동적’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당초 4월로 예상됐던 PMI 확정은 산업은행의 보완, 수정 작업으로 계속 늦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제출한 인수·통합계획안을 보완·수정하고 있으며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PMI에 대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1분기에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에어부산 등 통합 대상 LCC 지원에 대해서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된 자금이 4월까지 소진되고 아시아나항공에서 수혈된 정책자금으로 버티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하지만 통합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자금 마련 방식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LCC 통합본사 입지나 에어부산 등 LCC 경영지원 방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대한항공은 그러나 수익과 관련된 사업은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대한항공이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프랫앤휘트니 PW4090 엔진 22대에 대한 정비 계약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정비 계약 규모는 2억 6000만 달러(한화 약 2941억 원)로 국내 항공사 간 정비 계약 중 최대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엔진 제작사인 미국 프랫앤휘트니사에 정비를 맡겨왔지만 대한항공으로 정비 업체를 바꿨다.

대한항공이 LCC 통합 본사 입지와 관련, ‘지연 전술’을 펴면서 통합 본사 부산 유치를 선언했던 부산시도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지 못하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와 관련된 연구용역을 발주해 부산 유치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PMI 확정 등이 늦어지면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성훈 부산시 경제특보는 “당연히 통합 LCC 본사는 부산에 와야 하지만 LCC 통합이 마무리되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본사 유치를 위해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내부적으로 유치 논리 개발 등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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