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자 유료도로 천국 부산, 시민은 통행료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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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은 ‘통행료 봉’이었다. ‘민자 유료도로 천국’으로 불리는 부산에 사는 죄였다. 전국의 지자체 유료도로 32개 중 7개가 부산에 있다. 부산지역 유료도로를 모두 통과하면 소형차 기준으로 1만 8600원, 대형차는 최대 4만 7100원을 내야 한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7개 민자 유료도로 통행료 수익이 1조 8579억 원이다. 부산시가 운영사에 지원한 보조금 총 6463억 원을 합치면 무려 3조 원이 유료도로에 털렸다. 부산시민 1명이 20년 동안 52만 4654원을 통행료로 지불한 셈이다. 도로와 교량은 공익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이다. 꼭 필요해서 만든 도로가 시민들의 쌈짓돈을 이처럼 무자비하게 빼돌려도 되는 일인가.

고리 붙은 건설경비 수십 년간 지불
시, 재협약 수준의 협약 다시 해야

부산에는 지형상 터널과 다리가 많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열악한 도로 사정을 해결은 해야겠고, 돈은 없으니 민간투자를 유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간운영사에게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고 도로를 짓는 방식은 섣부른 결정이었다. 도로는 뚫렸지만 시민들은 고리가 붙은 건설경비를 후불로 수십 년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사는 대출을 받아 건설비를 충당하고 이후 통행료와 시 보조금으로 이자를 메꾸고 남은 수입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으니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다. 운영사에 과도하게 유리한 독소조항인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뒤늦게 폐지됐지만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백양터널, 수정터널, 부산항대교 등 3개 도로는 해당되지 않는다.

민자도로 건설과 운영에 대한 대수술이 절실하다. 유료도로 운영기한이 많이 남은 데다 만덕∼센텀 간 대심도, 사상∼해운대 고속도로가 또다시 추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불합리한 민자도로 사업을 내버려 둬선 안 된다. 운영사만 배 불리는 상황은 부산시가 맺은 최초 실시협약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고금리를 현실에 맞게 낮추는 등 절차와 내용을 대수술하는 재협약 수준의 협약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 부담과 혈세 낭비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협약 때도 표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환승요금제나 출퇴근 할인 등 탄력요금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차 강조하자면 부산시는 민자도로 사업의 협약을 전면 재검토해 징수 기간과 통행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 심화를 가져올 3기 신도시 수도권 GTX 신설사업비는 무려 13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수도권의 교통 인프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국비를 대거 투입하면서 지방의 SOC는 왜 지방정부 돈으로 하라고 하는가. 민자에만 의존하는 부산시의 도로 건설 사업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방에 대한 투자를 투자로 보지 않고 낭비로 보는 것에서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가 어떤 수준인지 체감하게 된다. 꼭 필요한 부산시의 SOC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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