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마법사’로 300번째 공연할 수 있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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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산 초연 ‘위키드’배우 남경주

“부산에서 뮤지컬 공연을 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늘 좋은 기억만 있습니다. ‘위키드’ 속 ‘마법사’ 역할로 300번째 공연을 부산에서 선보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뮤지컬계 터줏대감’인 배우 남경주(56)는 힘차게 말했다. 그는 20일 부산 남구 대연동 드림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위키드’로 부산을 찾는다. 20일 부산 초연 다음 날인 21일이 남경주가 300번째로 ‘마법사’로서 마법을 부리는 날이다. 부산 공연에 앞서 서울 공연이 한창이던 최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그를 만났다.

이야기 이끌어가는 핵심 역할
제자 손승연도 함께 무대 출연
지천명 넘긴 뮤지컬계 터줏대감
“영화 ‘오즈의 마법사’ 보고 오면
더 재밌게 공연 즐길 수 있어”

300번째 공연을 맞은 소감을 묻자 그는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남경주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도 공연을 무사히 개최하고 있는 지금 상황이 기적같다”면서 “특히 외국 공연에서도 ‘마법사’ 역할은 그 나라 뮤지컬계의 상징적인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그런 인물로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위키드’의 주인공은 ‘엘파바’와 ‘글린다’지만 ‘마법사’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무대 경험이 많고 노련한 배우를 ‘마법사’로 캐스팅하는 이유다.

300번째 공연을 부산에서 선보여서 더 감회가 깊은 이유로 언제나 열광적이었던 부산 관객의 반응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없어졌지만 1990년대 중반 부산 중구 남포동 소극장에서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공연한 적이 있는데 부산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에 이례적으로 한 달 넘게 공연을 연장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위키드’와 얽힌 특별한 인연도 공개했다. 2013년 ‘위키드’ 한국어 공연 초연 당시 내한한 ‘위키드’ 작곡자 스티븐 슈왈츠와 만났을 때 서로 인연이 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남 배우의 초기 뮤지컬 출연작이었던 뮤지컬 ‘가스펠’이 슈왈츠의 첫 뮤지컬 곡 작업이었고, 슈왈츠가 OST 작곡자로 참여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이집트의 왕자’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노틀담의 곱추’ 한국어 버전 OST를 남 배우가 불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에드워드 블룸’ 역할로 출연한 뮤지컬 ‘빅 피쉬’의 한국 프로덕션 연출이 스티븐 슈왈츠의 아들 스캇 슈왈츠”라면서 “여러 가지로 슈왈츠 집안과 인연이 깊은 것 같다”며 웃었다.

뮤지컬 ‘위키드’에는 남경주의 뮤지컬 제자 손승연도 출연한다. 옥주현과 함께 ‘엘바파’ 역할에 더블 캐스팅된 배우다. 남경주는 “승연이가 중학교 3학년 때 뮤지컬 클래스 ‘해피 뮤지컬 스쿨’에 학생으로 왔던 기억이 있다”면서 “‘위키드’ 초연 때 어머니와 공연을 보러 와서 반갑게 인사했었는데 이제는 함께 한 무대에 올라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손승연 배우는 노래가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도 진실된 친구라 ‘엘파바’를 연기하기에 적역이다”고 덧붙였다.

남경주는 뮤지컬계 1세대 배우로서, 홍익대 공연예술학부 뮤지컬 전공 교수로서 누구보다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올 1월에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 정영주를 비롯한 뮤지컬 공연 종사자들과 함께 ‘한국 뮤지컬인 일동’ 이름으로 공연장 내 ‘동반자 외 거리 두기’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런 활동 덕분에 현재 뮤지컬 공연은 일괄적 거리 두기가 아닌 동반자 외 거리 두기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그는 “뮤지컬 배우로 후배들에게 어떤 정신적 유산을 남겨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면서 “프로 배우로, 직업인으로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끝까지 남아야겠다는 생각에 목소리를 내는 것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산 ‘위키드’ 공연을 기대하고 있는 부산 관객에게 전할 ‘꿀팁’도 잊지 않았다. 남경주는 “시간이 된다면 공연을 보기 전에 영화 ‘오즈의 마법사’(1939)를 보고 오면 더 재밌을 것 같다”면서 “‘위키드’는 단순히 재밌는 뮤지컬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사랑하고, 정의는 살아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주는 공연이다”고 전했다.

뮤지컬 ‘위키드’는 20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옥주현, 정선아, 손승연, 나하나, 서경수, 진태화, 이상준 등이 출연한다. 서울=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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